'테라·루나' 권도형 측 "몬테네그로 대법원까지 갈 것"... 송환 장기화

입력
2023.03.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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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변호인 "위조여권 재판 끝나는 게 먼저"
세계 곳곳서 'VIP 대접' 받으며 도피 생활 정황
"휴대폰·노트북 다량 압수... 흥미로운 정보 많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로 최근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의 변호인이 "(몬테네그로) 대법원까지 위조 여권 사건을 끌고 갈 것"이라고 밝혔다. 위조 여권 사용 혐의로 몬테네그로에서 기소된 만큼, 현지에서 최대한 방어권을 행사하며 이 사건 재판을 길게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시가총액 50조 원 이상을 증발시킨 권 대표에 대해 한국뿐 아니라 미국, 싱가포르까지 신병 확보에 나섰으나 실제 송환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권 대표의 몬테네그로 현지 법률 대리인 보이스라브 제체비치 변호사는 28일(현지시간) 이 나라의 항구도시 부드바의 한 호텔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법원의 구금 연장 결정에 대해 "토요일(25일) 항고했다"고 말했다. 앞서 몬테네그로의 포드고리차 법원은 권 대표와 측근 한창준씨의 구금 기간을 '최장 30일'로 늘렸다. 특히 제체비치 변호사는 "(위조 여권 사건의) 1심 판결이 불만족스러우면 항소해 고등법원에 갈 것이고, 거기서도 만족스럽지 않다면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권 대표가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법적 처벌을 받기까진 장기전이 불가피하게 됐다.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 사건 재판이 끝난 이후에나 다른 나라로 신병 인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투자자에게 50조 원 이상 피해를 입힌 그는 지난해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해 11개월간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이달 23일 한씨와 함께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붙잡혔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위조 여권이 적발된 것이다.

현재 권 대표의 신병 확보에 나선 국가는 한국과 미국, 싱가포르다. 그의 국적은 한국이지만, 가상화폐인 테라·루나의 폭락으로 인한 피해자는 전 세계에서 발생한 탓이다. 제체비치 변호사는 신병 인도 문제에 대해 "아직 송환 절차가 시작되지 않아 말하고 싶지 않고, 말할 필요도 없다"며 "몬테네그로 정부가 정식으로 범죄인 인도 청구를 받으면 새 재판부가 구성돼 별도 절차가 진행될 텐데 현재 송환은 이슈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이곳에서 첫 번째 사건(위조 여권)이 먼저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대표가 어느 나라로 향하길 원하냐는 질문에도 "노코멘트"라고만 답했다.

해외 도피 중 권 대표가 호화로운 생활을 한 정황도 공개됐다. 필립 아지치 몬테네그로 내무장관은 이날 "권 대표와 한씨는 '다른 나라들에서 VIP 대접을 받는 데 익숙했다'고 우리 관리들에게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밝혔다. 몬테네그로 공항에선 이집트에서 출발한 전세기가 권 대표 일행을 태우려 대기하고 있었다고 한다. 아지치 장관은 또, 이들로부터 휴대폰 5개와 노트북 3개를 압수했다며 "흥미롭고 의미 있는 분량의 정보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전혼잎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