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 직전에 문제 파악한 연준...미 상원 "낮잠 잤냐?" 비판

입력
2023.03.29 07:54
마이클 바 연준 부의장 "2월 중순에 보고받아"
'자산 1000억 달러 이상' 은행 규제 강화 검토
미 상원 은행위, "뒷북 감독·늑장 대응' 비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실리콘밸리은행(SVB)의 건전성 문제를 은행 파산 몇 주 전인 2월 중순에야 공식적으로 파악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미 상원 은행위원회는 늑장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마이클 바 연준 부의장은 28일(현지시간)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연준 직원들이 'SVB에 금리 리스크가 있으며 추가 검토 중'이라고 보고한 2월 중순이 이 문제를 인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만 바 부의장은 "이번 사태는 은행이 금리 상승기의 유동성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SVB 담당 연준 직원은 SVB 금리 리스크와 유동성 관리에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었고, 지난해 11월에는 SVB에 직접 개선을 요구했다"고 부연했다.

바 부의장은 은행 경영진의 관리 부실 책임도 강조했다. 그는 "SVB 금리 리스크 모델이 현실과는 전혀 맞지 않았다"며 "SVB 사태는 잘못된 경영의 교과서 같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바 부의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은행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1,000억 달러 이상 자산을 보유한 대형 은행의 자본과 유동성에 대해 더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은행에 대해 자본 및 유동성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준 고위 관리가 SVB 문제를 파산 직전에야 파악했다는 것으로 드러나자, 연준의 감독 책임을 추궁하는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공화당 소속 팀 스콧 의원은 "규제 당국이 수레 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 존 테스터 상원의원도 "규제 당국이 문제를 인식하면서 누구도 판단을 내리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고 개탄했다. 이에 대해 바 의장은 "당국의 경고가 적절했는지에 대해 검토가 진행될 것"이라며 "당국이 적절한 규제 수단을 가졌는지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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