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 작성된 ‘계엄령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29일 귀국해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됐다. 검찰 및 군검찰 합동 수사 중인 2017년 12월 미국으로 출국해 도피한 지 5년 4개월 만이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병주)는 이날 오전 6시 34분쯤 박 전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진압하기 위해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요원들에게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 전 사령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조 전 사령관은 전날 미국 애틀랜타에서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델타항공 DL027편을 타고 귀국했다. 그는 공항에서 취재진들에게 “수사를 통해 계엄의 문건에 본질적인 본질이 잘 규명되고 또 국민들이 그동안 많은 의혹을 가지셨는데 그런 의혹이 최소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계엄령 문건’ 의혹은 2018년 7월 군인권센터 등이 기무사가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기각 시 위수령 발령과 계엄령 선포 계획을 검토한 내용이 담긴 문건을 공개하며 불거졌다.
계엄령은 법률(계엄법)에 근거해 헌법 효력을 일부 중지하고 군사력으로 치안을 유지하는 것이고, 위수령은 대통령령만으로 경찰력으로 대응이 어려운 경우 군대를 주둔시켜 지역 경비를 맡기는 것을 말한다. 위수령은 현재 폐지됐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군·검 합동수사단을 꾸려 수사하도록 특별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수사 도중 문건 작성에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조 전 사령관이 2017년 12월 미국으로 도피해 계엄 문건 작성 경위와 실행 계획 여부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중단됐다. 검찰은 그의 여권을 무효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소용없었다.
수사단은 이듬해 11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신병 확보가 되지 않은 조 전 사령관에 대해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그리고 조 전 사령관의 ‘윗선’인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과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박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등 8명에 대해선 참고인 중지 처분했다. 참고인 중지는 사건 관련자의 소재가 불분명해 수사를 종결할 수 없을 때 그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수사를 중단하는 조치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