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위기' 꿀벌 되살려라"...국내 유일 '꿀벌격리육종장' 가보니

입력
2023.03.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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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안군 위도면 '꿀벌위도격리육종장'
육지와 떨어져 독자연구 가능한 '청정지역'
꿀벌 품종 및 생산체계 등 병해충 연구도
농촌진흥청, 꿀벌 보급 위한 '증식장' 조성

14일 전북 부안군 위도면 치도리 '꿀벌위도격리육종장'. 격리육종장 앞마당 사육사에 수십여 개의 벌통이 놓여져 있었다. 보호복을 입은 김동원 농촌진흥청 양봉생태과 농학박사가 꿀벌들의 월동을 위해 올려놓은 벽돌을 치우고 천을 걷어내자 수천 마리의 꿀벌이 놀란 듯 '왱' 소리를 내며 날아올랐다. 벌통 내부에는 안정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물 공급, 습도 유지 장치도 설치돼 있었다. 김 박사의 벌통 점검을 돕던 이창훈 농업서기는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데이터를 통해 꿀벌이 활동하는 데 적합한 환경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원벌과 한라벌 등 새 품종 개발

주요 농작물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꿀벌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전북 부안 위도에 있는 국내 유일의 꿀벌격리육종장도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격리육종장에서 개발한 꿀벌 품종을 농가에 안정적으로 보급할 수 있는 '증식장'을 추가로 조성해 양봉산업 안정화를 앞당기겠다는 목표에 매진하고 있다.

2020년 세워진 꿀벌격리육종장은 현재 품종 개발과 생태환경 연구와 토종벌 교미 실험, 품종 생산 체계 구축 등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인공사육실과 인공수정실, 저온실, 사육사 등으로 이뤄진 격리육종장에는 농업연구관과 농업연구사 등 연구 인력 등 7명이 상주해 연구를 하고 있다.

위도는 꿀벌 연구를 위한 '최적지'로 꼽힌다. 꿀벌의 최대 비행거리는 벌통에서부터 6~9㎞다. 위도는 육지인 부안 격포항에서 15㎞ 떨어져 있어 벌이 넘어오기 힘들다. 인근에 양봉농가도 없어 연구진에 의한 철저한 계획교배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노력은 새 품종 개발 성과로 이어졌다. 2014년 벌꿀 다수확용인 장원벌을 시작으로 2017년 로열1호, 낭충봉아부패병 저항성인 한라벌, 토종꿀 다수확용 백두벌, 고품질 로열젤리 생산용 젤리킹, 고품질 프로폴리스 생산용 봉교1호 등 꿀벌 품종을 개발했다. 김 박사는 "새 품종 중 비교적 수요가 높은 장원벌과 한라벌이 양봉농가에 집중 보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병해충 동시 연구 인력 필요

꿀벌 폐사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응애에 대한 연구 활동도 이뤄지고 있다. 응애는 진드기의 일종으로 꿀벌에 기생하며 체액을 빨아 먹고, 꿀벌의 체중과 수명, 활동량을 감소시킨다. 기후변화와 응애는 양봉농가의 가장 큰 고민이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양봉농가 1만2,795곳 농가 중 82%인 1만546곳이 피해를 입었다. 전체 153만9,522개 벌통 중 87만9,722개가 피해를 입어 약 176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진 것으로 추산된다. 김 박사는 "꿀벌이 안정적으로 월동을 하기 위해서는 응애가 없어야 하는데, 지난해 10월 조사에서 응애 발생 비율이 예년에 비해 20~30%가량 높게 나타났다"며 "단순히 꿀벌뿐 아니라 기후변화와 병해충을 동시에 연구할 수 있는 인력 보강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양봉농가에 안정적으로 꿀벌을 보급하기 위해서는 육종장만으론 한계가 있다. 꿀벌 증식을 위한 보급형 여왕벌의 대량 공급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 때문에 농촌진흥청은 2025년까지 충남과 전남, 경북 등 3곳에 '꿀벌자원 육성품종 증식장'을 조성하기로 했다. 육종장처럼 육지와 격리된 지역이면서 밀원식물이 풍부한 지역이 대상이다. 증식장이 완공되면 본격적으로 장원벌과 한라벌 증식에 나서고, 양봉농가에도 신속히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강신곤 농촌진흥청 농업지도관은 "육종장에서 개발한 꿀벌을 농가에 보급해 꿀벌 실종을 막고 품질 좋은 벌꿀을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안=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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