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아이들이 아른거려서…" 주말 100㎞ 오가며 PC 교육하는 선생님

입력
2023.03.28 14:00
경북 봉화읍 내성초등 박찬홍 교사, 매 주말 석포면 가서 재능기부
사비 털어 태블릿PC 구입, 아이들 12명 모아 영상편집 강의


교육 인프라가 빈약한 산골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 매 주말 왕복 100㎞ 거리를 오가며 재능기부로 컴퓨터 교육을 하는 선생님이 있다.

28일 석포면사무소에 따르면 경북 봉화읍 내성초등학교 박찬홍(37) 선생님은 올해 3월 초 부터 전 근무지 석포초등 학생들에게 컴퓨터와 태블릿PC를 가르치기 위해 매주 토요일 석포면 행복나눔센터로 출근한다. 석포초등학교는 작년까지 3년 동안 근무했던 곳으로 봉화읍에서 자동차로 40여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지역이다.

박찬홍 선생님은 석포초등 근무 3년 동안 4,5학년 35명의 학생 담임을 맡았는데 교육과정 안에서 컴퓨터 연계 교육을 했지만 시설이나 예산 문제로 늘 아쉬운 마음이었다. 그래서 올해 내성초등으로 발령 난 뒤 컴퓨터 교육을 계속 하고 싶어하는 12명의 석포 아이들을 모아 재능기부를 시작했다.

석포면은 학습학원, 피아노학원 등이 2,3곳 있을 뿐 학생들의 재능을 키울 교육 인프라가 많이 부족한 지역인 점이 재능기부의 동기이기도 하다.

그는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최신 태블릿PC 6대를 자비로 구입했고, 석포면사무소 시설인 행복나눔센터 강의실 대여료도 내고 있다. 석포면사무소는 박 선생님의 수고를 덜어주는 차원에서 다음달 부터는 대여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그는 태블릿PC 대수에 맞춰 12명의 아이들을 2개반으로 나눠 2시간 씩 강의를 진행한다. 컴퓨터와 태블릿PC를 이용한 영상편집 기술과 코딩(컴퓨터가 특정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작성해 컴퓨터에 입력하는 작업) 교육이다. 아이들에게 창의력을 높여주고 문제해결 능력을 길러 자신감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는 "집 사정으로 강의에 참석하지 못한 아이들이 아쉬운 마음을 나타내는 등 컴퓨터 교육을 재미있어 하는 것을 보고 재능기부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 선생님은 봉화교육청의 정보영재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봉화지역에서 컴퓨터에 재능있는 학생들을 발탁해 강의를 한다.

박찬홍 선생님은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생각해 본 결과 제가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영상편집과 코딩 교육이 아이들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서 이런 자리를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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