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해외 각국에서 밀려오는 손님을 맞느라 분주하다. 지난해 말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한 이후 중국의 경제활동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3연임이 확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려 중국행에 나선 각국 정상들의 행보와도 맞물려 '리오프닝'(재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전방위적 대중 압박 속에서도 '우리의 존재감이 줄어들지 않았다'며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모습이다.
이 같은 기류는 28일 하이난성에서 개막한 '보아오 포럼'에 세계 각국의 유력 정·재계 리더들을 대거 초청한 데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실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패트릭 아치 코트디부아르 총리, 크리스티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 50여 개국 2,000여 명의 주요 인사가 총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도 보아오 포럼 이사장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오영훈 제주지사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 포럼은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탓에 지난 3년간 취소되거나 온라인 행사로만 열렸다. 이번 행사는 지난해 말 '위드 코로나'로 방역 정책을 전환한 뒤, 4년 만에 대면 형식으로 개최된 것이다. 중국은 '불확실한 세계 : 단결로 도전을 맞이하고 개방으로 발전을 촉진한다'는 주제로 △공급망 갈등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실크로드 구축) 사업 △기후변화 △지적재산권 등 글로벌 경제 이슈에 대한 중국 입장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시진핑 3기' 체제 출범과 동시에 중국의 '새로운 2인자'이자 경제사령탑에 오른 리창 국무원 총리도 30일 기조연설에 나선다.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27일 열린 중국발전포럼(CDF)에 참석한 리 총리는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중국은 흔들림 없이 개방을 계속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제재·압박에도 중국의 '시장 가치'는 변하지 않았다는 의미를 내포한 발언으로, 보아오 포럼에서도 그는 이와 유사한 메시지를 설파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도 베이징에서 각국 정상들과 연쇄 접촉하며 '중국 세일즈'에 나선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보아오 포럼 참석 후 베이징으로 이동해 시 주석을 만날 예정이다. 리 총리를 비롯해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등 새로 구성된 3기 지도부와도 두루 접촉할 것으로 전해졌다. 리셴룽 총리는 25일 관영 중국중앙(CC)TV 인터뷰에서 "세계는 중미 갈등을 감당할 수 없다. 양국의 협력과 조정이 필수적"이라며 서방의 대중 압박에 회의론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럽 지도자들의 방중도 예고돼 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30, 31일 중국을 찾을 예정이고, 다음 달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잇따라 베이징을 방문할 계획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중국에 '러시아 압박'을 당부하려는 목적이지만, 중국은 "세계가 중국의 역할을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며 한껏 들뜬 표정이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8일 "세계 정치·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세계가 중국으로 시선을 돌렸다"며 "팬데믹 이후 (글로벌) 경제 회복을 주도할 것이라는 희망을 중국에 걸고 있는 것"이라고 자화자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