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새로운 사령탑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두 번째 평가전을 기다리며 치킨을 시켰습니다. 배달이 몰렸는지 경기 직전에야 아슬아슬하게 도착했습니다. 역시 축구에는 치킨인지 2022 카타르 월드컵 때는 치킨 프랜차이즈 매출이 2배 이상 껑충 뛰었다고 합니다. 덩달아 치킨을 바삭하게 튀겨주는 식용유도 많이 사용될 수밖에 없었을 텐데요, 경기가 끝난 뒤 이 식용유는 어떻게 버려지고 재활용될까요? 미리 살짝 알려드리자면 오늘 출근길에도 숨어 있었습니다.
28일 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배출되는 폐식용유는 연간 25만 톤 정도로 추정됩니다. 이 중 20만 톤이 패스트푸드·치킨 프랜차이즈, 어묵 공장 등의 사업체에서 나오고 5만 톤이 가정에서 배출된다고 합니다. 환경부의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에 포함되는 공식 배출량만 2021년 10만4,650톤, 2020년 10만6,938톤 정도였습니다.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식용유는 수거 업체에 팔 수 있습니다. 연간 200여 톤의 폐식용유가 발생하는 편의점 CU는 지난해 리사이클링 플랫폼에 폐식용유를 판매하는 스마트 수거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시스템이 이달부터 운영되기 시작해 5톤 정도 모였다"면서 "지속적인 가맹 안내를 통해 점차 수거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습니다.
반면 가정에서 나오는 폐식용유는 버리는 과정이 복잡합니다. 우선 아파트 단지 내 수거함이 있다면 그곳에, 일반 주택 등에 산다면 동주민센터에서 버릴 수 있습니다. 또 수거함을 찾기가 번거로운 수준의 적은 양이라면, 키친타월이나 신문지 등으로 흡수시켜 흐르지 않는 형태로 버려야 합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물에 흘려보내면 안 된다는 겁니다. 최정훈 한양대 화학과 교수는 "폐식용유가 흘러들어 가 수면에 막을 형성하면 산소 유입을 차단하기 때문에 수생생물의 서식을 어렵게 만든다"고 설명했습니다. 식용유 한 스푼을 정화하려면 물이 수천 리터 필요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환경에는 아주 좋지 않습니다.
수거된 폐식용유는 중간매입상을 거쳐 정제공장으로 넘어갑니다. 폐식용유에 튀김 찌꺼기 같은 불순물이 섞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걸러내고, 침전 과정을 거쳐 수분을 완전히 제거합니다. 수도권의 한 유지공장 관계자는 "불순물 정제에 이틀 정도 걸린다"면서 "침전로 위에 절단한 폐식용유 통을 엎어 (폐식용유 잔여물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받아내 활용한다"고 했습니다.
정제된 폐식용유의 다음 행선지는 '바이오디젤(Bio-Diesel)' 공장입니다. 바이오디젤은 동식물성 기름을 메탄올과 반응시켜 생산하는 친환경 수송연료인데요, 폐식용유는 식물성 기름이니 원료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 관계자는 "바이오디젤 원료로 사용되는 폐식용유는 2016년부터 연간 15만 톤 이상을 유지해왔는데, 3년 전부터는 20만 톤 수준까지 늘었다"면서 "지난해 기준 바이오디젤 판매량의 27%가 폐식용유와 동물성 유지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반 경유 대비 배기가스 발생량이 3분의 1 수준이라는 장점도 있습니다. 서동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은 "바이오디젤은 재생에너지의 일종이며 탄소중립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정화비용도 절감하는데, 2020년까지 재활용된 폐식용유가 170만 톤 수준인 만큼 약 3조 원에 가까운 오염물질 처리비용을 절감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습니다. 치킨이나 어묵, 튀김 등에 사용된 식용유가 환경에도 비교적 해를 덜 끼치는 연료로 재활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정유사는 이렇게 탄생한 바이오디젤을 일반 경유에 섞습니다. 우리가 이용하는 경유에도 바이오디젤은 20년 전부터 섞여 있었습니다. 한국은 2002년부터 바이오디젤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2007년부터 정부가 정유사와 자발적 협약을 통해 바이오디젤을 0.5%씩 혼합하게 했습니다. 이후 2015년 7월부터는 신재생연료 의무혼합제도(RFS·Renewable Fuel Standard)를 도입해 혼합비율을 2.5%까지 끌어올렸습니다. 현재 의무 혼합 비율은 3.5%이며, 지난해 정부는 2030년까지의 목표치를 5%에서 8%로 3%포인트 상향하기도 했습니다.
폐식용유는 바이오중유, 바이오 선박유, 지속가능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 등 다양한 바이오연료로도활용될 수 있습니다. 아직 본격 상용화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여러 기업들이 도입 의사를 밝히거나 기업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2022년부터 파리~인천 노선 항공기에 SAF를 혼유하고 있고, LG화학은 지난해 폐식용유로 만든 바이오원료에 원유를 섞어 만든 페놀 4,000톤과 아세톤 1,200톤을 출하하기도 했습니다.
폐식용유는 바이오연료 이외에도 쓰임새가 있습니다. 사료나 비누 등으로도 만들 수 있는데요, 특히 비누는 가정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폐식용유와 물, 수산화나트륨을 넣고 저으면 서서히 응고되는데, 이를 틀에 넣어 굳혀 말리면 완성됩니다. 하지만 가정에서의 활용이 제한적이다 보니, 가정에서 배출되는 폐식용유 수집 체계를 갖춰 나갈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서동진 책임연구원은 "수거에 참여하는 가정에 혜택을 주는 식으로 폐식용유를 수거할 수 있는 망을 갖춰나간다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