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에서 20대 엄마가 사흘간 집을 비워 방치된 채 숨진 20개월 아이는 병원진료기록이 한 차례도 없었다고 한다.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에 따라 최소 25차례 필수예방접종을 해야 하지만, 엄마는 아이에게 아무런 접종도 해주지 않았다. 영유아의 예방접종기록은 학대를 암시하는 주요 신호임에도 관리 사각에 방치돼온 것이다.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24)씨의 공소장을 보면 분노가 치민다. 처음엔 1시간가량 PC방에 다녀오다 아이가 돌을 넘기면서는 외박을 일삼았다. 그렇게 1년간 60차례 644시간을 아이 홀로 방치했다. 올 2월 숨진 아이 옆에는 밥 한 공기만 있었다고 한다.
정부 책임은 없을까. 아이는 출생 직후 B형간염 1차 접종을 시작으로 20개월까지 시기별로 BCG, 소아마비, 뇌수막염, 폐구균, DPT, A형간염, 수두 등의 예방접종을 25, 26차례 해야 한다. 두어 차례 건너뛰는 수준이라면 모를까 단 한 차례도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다면, 정부의 위기경보 시스템에서 걸러졌어야 마땅하다.
실제 학대로 사망하거나 중태에 빠진 영유아 상당수는 예방접종을 제대로 받지 않고 있음이 확인된다. 작년 11월 대전에서 영양 결핍으로 심정지에 빠진 9개월 남자아이도 병원 기록이 전무했고, 생후 15개월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김치통에 담아 3년간 숨겨온 엄마는 고작 3회만 접종시켰다.
현재 정부의 위기아동발굴 시스템(e아동행복지원)은 인공지능이 44개 지표로 위험도를 평가한다는데, A씨 아이처럼 병원진료기록만으로는 걸러지지 않는다니 구멍이 나도 한참 나 있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진료이력이 전혀 없는 만 2세 미만 아동은 무려 2,895명(2021년 기준)에 달한다. 다른 지표를 보지 않더라도 이들 상당수는 학대 위험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다고 의심하는 게 상식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들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고, 시스템 정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