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서 '보복 공격' 주고받는 미국-이란, 중동 정세 요동치나

입력
2023.03.27 20:00
17면
미 "IS 토벌·이란 억제" vs 이 "시아파 벨트 유지"
중동의 '전략적 요충지' 시리아서 패권싸움 계속

미국과 이란이 보복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중동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보복전의 무대는 중동의 '전략적 요충지' 시리아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외교관계 정상화 합의로 모처럼 세계의 화약고라 불리던 중동에 평화가 찾아오나 싶었지만, 또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여러 강대국들 간 대리전 성격의 내전이 13년째 이어지며 '신냉전'의 한복판이 되어 버린 시리아에서 미국과 이란이 정면 충돌할 경우, 중동의 세력 균형이 완전히 깨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드론 공격에 전투기 공습… 공격 주고받은 미국-이란

26일(현지시간)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을 맹비난했다. 전날 미군이 시리아 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와 연계된 무장단체 거점을 F-15 전투기로 공습해 19명이 사망한 데 따른 것이다. 이란은 미국의 공격을 두고 "민간 목표물을 겨냥했으며, 국제법과 시리아 주권을 침해했다"고 못 박았다. 시리아 외무부도 '미군의 잔인한 공격'이라고 표현하며 "미국의 점령을 끝내겠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번 주 안에 미군에 대한 추가 보복이 있을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그러나 해당 공습은 이란의 선제공격에 대한 응징이라는 게 미국 입장이다. 지난 23일 시리아 동북부에 있는 미군 주도 연합군 기지가 이란의 자폭 무인기(드론)의 공격을 받아 미국인 1명이 숨지고, 미군 5명이 다쳤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응이라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국민 보호를 위해서라면 강력하게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며 즉각 보복 공습을 지시했다.


13년째 내전 이어 미국-이란 각축장 된 시리아

문제는 시리아가 또다시 역내 패권 다툼을 위한 강대국들 간 각축전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1년 시작된 시리아 내전과 관련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반군을, 이란과 러시아· 중국은 정부군을 각각 돕고 있다. 현재 시리아에는 약 900명의 미군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토벌을 명목으로 주둔 중인데, 이란과 시리아는 이를 지적하고 있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은 IS와의 싸움을 명분으로 군대를 시리아에 주둔시키지만, 자국의 점령을 지속하고 시리아 국부를 약탈하려는 구실에 불과하다"고 작심 비판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시리아 정부 요청에 따라 시리아 정부군의 고문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란으로선 이라크와 시리아, 레바논까지 이어지는 '시아파 벨트'를 유지하는 게 급선무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이 무너지면 친서방 정권이 들어설 게 뻔해 이란 입지가 줄어드는 걸 경계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등 서방의 속내도 이란에 대한 견제 목적이 크다. 시리아 내 미군 주둔은 이란이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움직여 미국의 맹방 이스라엘에 맞서는 것을 억제시키려는 포석이다.


미국-이란,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너나

실제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없다.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을 위한 협상도 지지부진하다. 미국 CNN방송은 "시리아에서의 보복전은 미국인 석방 협상마저 단절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충돌은 미국의 오랜 우방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의 중재'로 이란과 7년 만에 국교 정상화에 나선 시점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CNN은 "치명적인 (보복 공격의) 교환은 미국과 이란 관계가 이례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이뤄졌다. 양국 모두에 큰 위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영은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