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리니 대행 체제로... 손흥민 입지 변화 불가피

입력
2023.03.27 12:29
콘테 감독 부재 당시 손흥민 교체 투입
득점·기점 기록하며 성과 내기도
페리시치와 동시 투입 줄어들 수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과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결별하면서 손흥민의 입지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은 26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콘테 감독이 상호 합의에 따라 구단을 떠났다”고 발표했다. 토트넘은 “콘테 감독 체제에서 첫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진출권을 얻었다”며 “그의 공헌에 감사하고 그의 앞날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 시즌 남은 10경기는 크리스티안 스텔리니 수석코치가 감독대행, 라이언 메이슨 코치가 수석코치를 맡아 팀을 이끌 예정이다.

‘스텔리니 체제’에서는 손흥민 활용법에 다소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스텔리니 감독대행은 지난달 콘테 전 감독이 담낭 제거 수술 후유증으로 이탈리아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임시로 팀을 이끌었다. 그는 당시 4경기를 지휘하면서 손흥민을 교체자원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남은 10경기에서도 손흥민이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손흥민이 교체로 경기에 투입된다고 해서 그의 입지가 반드시 흔들린다고는 볼 수 없다. 오히려 손흥민은 선발로 뛰었던 콘테 전 감독 체제에서 올 시즌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해 왔다. 특히 손흥민과 이반 페리시치의 동선이 자주 겹치는 모습을 보여 콘테 감독의 전술 운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반면 손흥민은 스텔리니 휘하에서는 성과를 냈다. 지난달 20일 웨스트햄전에서는 후반 67분 투입돼 불과 5분 만에 득점을 올렸다. 또 26일 첼시와의 경기에서는 경기 막바지인 후반 79분 투입됐음에도 예리한 코너킥으로 해리 케인의 골에 기여했다. 손흥민과 페리시치의 동시 기용을 고집했던 콘테 전 감독과 달리 스텔리니 감독대행은 둘의 투입 시점을 조율하는 등 상대적으로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스텔리니 감독대행 체제에서 손흥민의 역할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토트넘은 또다시 시즌 중 감독과 결별하는 수순을 되풀이하게 됐다. 콘테 감독은 2021년 11월 누누 에스피리두 산투 감독 후임으로 토트넘 사령탑에 올랐다. 부임 첫해 팀을 극적으로 리그 4위에 올려놓으며 2022~23시즌 UCL 진출권을 따냈다. 이에 토트넘은 히샤를리송, 페리시치 등을 영입하면서 올 시즌을 준비했다.

그러나 콘테 감독은 확실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UCL 16강 AC 밀란전에서 1무 1패에 그쳐 8강 진출에 실패했고,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ㆍ리그컵 등에서도 모두 탈락했다. 리그에서는 4위에 자리하고 있지만 뉴캐슬(5위)보다 두 경기나 더 치르고도 승점은 2점만 앞서 있다.

아슬아슬한 시즌을 이어가던 콘테 감독은 19일 사우샘프턴전 이후 구단과의 갈등을 표면 위로 드러냈다. 그는 토트넘이 3-1로 앞서다 상대에 연속 두 골을 허용해 3-3으로 비기자 공식 인터뷰에서 선수단과 구단을 맹비난했다. 그는 “우리는 팀이 아니었다. 11명이 그라운드에서 뛰는데 이기적인 선수들이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20년 동안 토트넘은 같은 구단주가 운영하고 있다”며 “토트넘은 지난 20년간 어떤 우승 트로피도 얻지 못했다. 잘못이 감독들에게 있는 것인지, 아니면 구단에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수위를 높였다.

결국 토트넘과 콘테 감독은 시즌 중 결별을 택했다. 토트넘 차기 감독 후보로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전 토트넘 감독과 최근 바이에른 뮌헨(독일)에서 경질된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이 스텔리니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해 차기 감독 선임을 서두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레비 회장은 “아직 EPL 10경기가 남아 있어 다음 시즌 UCL 진출권을 놓고 싸워야 한다”며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가능한 한 최고의 마무리를 하기 위해 모두가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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