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에 가려져 곪아가는 사학연금...5년간 미적립 부채 66조 폭증

입력
2023.03.27 18:28
8면
2017년 104조→작년 170조 원...63%↑
연금부채 증가율이 기금 적립률의 2배 
학령인구 감소 직격탄..."특단의 대책 필요"

국민연금 개혁이란 거대 이슈에 가려져 있지만 사학연금도 최근 5년 새 미적립 부채가 66조 원 폭증하는 등 위태로운 처지다. 사립학교 교직원 등 가입자 및 연금 수급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 기금 적립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연금 조기 수급까지 가능한 탓이다. 학령인구 급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 사학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갈수록 위태위태 사학연금

27일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에 따르면 2017년 103조9,720억 원이었던 '연금충당부채'(미적립 부채)는 지난해 169조5,700억 원으로 63.1% 급증했다. 미적립 부채는 현재 연금 수급자 및 미래 수급자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부채'에서 적립된 '연금 기금'을 뺀 금액이다. 부채 규모가 커질수록 향후 청년세대의 부담은 그만큼 늘어난다.

5년 새 미적립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연금부채 증가율이 기금 적립률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연금부채는 2017년 122조1,810억 원에서 지난해 193조3,310억 원으로 58% 증가했는데, 연금 기금은 18조2,090억 원에서 23조7,610억 원으로 3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가입 기관이 6,563개에서 5,689개로 14.5% 줄어드는 동안 수급자는 무려 54%(6만9,218명→10만6,508명) 증가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연금 수급이 본격화하며 최근 5년간 연금 수급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9%가 넘는다. 가입자 대비 수급자 비율인 부양비율은 2017년 21.76%에서 지난해 31.93%로 10%포인트 이상 뛰었다.

사학연금공단도 시인하는 '구조적 한계'

미적립 부채가 연금제도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을 키운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미래 수입은 반영하지 않고 지출 규모만 따진다는 이유인데, 사학연금은 가입 기관이 줄고 있어 미래 수입 전망도 어두운 게 문제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2017년 말 4,092개였던 유치원은 지난해 11월 기준 3,236개로 쪼그라들었고 사립대 폐교도 잇따르고 있다. 초중고 학령인구는 앞으로 더 급격히 감소해 2026년에는 500만 명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최근 가입자 수 증가는 대학 부속병원 직원들이 국민연금에서 사학연금으로 전환된 영향이라 더 늘어날 여지는 별로 없다. 지난해 공단의 재정 추계에서는 2032년 기금이 적자 전환하고 2055년 소진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여기에 '공무원연금법' 조항을 준용한 폐교 시 연금 조기지급은 재정 부실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사립대가 폐교하면 교직원은 30대라도 연금 수령이 가능한 것이다. 2017년 폐교로 인한 조기 수급자는 46명, 연금 지급액은 총 11억5,000만 원이었는데 지난해는 362명에 67억6,000만 원으로 늘었다. 사학연금공단도 작년 말 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를 통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기금 소진과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사립학교 폐교 증가가 예상돼 연금 조기지급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개혁 공회전에 밀려 뒷전으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는 지난 1월 초 국회에 제출한 '연금개혁의 방향과 과제'에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직역연금 재정 안정화 검토를 포함시켰다. 국민연금 외에 직역연금도 특수성을 감안한 모수개혁을 검토하겠다는 취지였지만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 등에 대한 반발이 강해지자 직역연금 얘기는 쑥 들어갔다. 민간자문위에 참여 중인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학연금은 적립금이 24조 원이라 공무원·군인연금보다 양호하다고 인식하지만 뜯어보면 구조적인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며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데도 모두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