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이란 거대 이슈에 가려져 있지만 사학연금도 최근 5년 새 미적립 부채가 66조 원 폭증하는 등 위태로운 처지다. 사립학교 교직원 등 가입자 및 연금 수급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 기금 적립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연금 조기 수급까지 가능한 탓이다. 학령인구 급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 사학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7일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에 따르면 2017년 103조9,720억 원이었던 '연금충당부채'(미적립 부채)는 지난해 169조5,700억 원으로 63.1% 급증했다. 미적립 부채는 현재 연금 수급자 및 미래 수급자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부채'에서 적립된 '연금 기금'을 뺀 금액이다. 부채 규모가 커질수록 향후 청년세대의 부담은 그만큼 늘어난다.
5년 새 미적립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연금부채 증가율이 기금 적립률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연금부채는 2017년 122조1,810억 원에서 지난해 193조3,310억 원으로 58% 증가했는데, 연금 기금은 18조2,090억 원에서 23조7,610억 원으로 3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가입 기관이 6,563개에서 5,689개로 14.5% 줄어드는 동안 수급자는 무려 54%(6만9,218명→10만6,508명) 증가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연금 수급이 본격화하며 최근 5년간 연금 수급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9%가 넘는다. 가입자 대비 수급자 비율인 부양비율은 2017년 21.76%에서 지난해 31.93%로 10%포인트 이상 뛰었다.
미적립 부채가 연금제도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을 키운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미래 수입은 반영하지 않고 지출 규모만 따진다는 이유인데, 사학연금은 가입 기관이 줄고 있어 미래 수입 전망도 어두운 게 문제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2017년 말 4,092개였던 유치원은 지난해 11월 기준 3,236개로 쪼그라들었고 사립대 폐교도 잇따르고 있다. 초중고 학령인구는 앞으로 더 급격히 감소해 2026년에는 500만 명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최근 가입자 수 증가는 대학 부속병원 직원들이 국민연금에서 사학연금으로 전환된 영향이라 더 늘어날 여지는 별로 없다. 지난해 공단의 재정 추계에서는 2032년 기금이 적자 전환하고 2055년 소진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여기에 '공무원연금법' 조항을 준용한 폐교 시 연금 조기지급은 재정 부실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사립대가 폐교하면 교직원은 30대라도 연금 수령이 가능한 것이다. 2017년 폐교로 인한 조기 수급자는 46명, 연금 지급액은 총 11억5,000만 원이었는데 지난해는 362명에 67억6,000만 원으로 늘었다. 사학연금공단도 작년 말 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를 통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기금 소진과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사립학교 폐교 증가가 예상돼 연금 조기지급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는 지난 1월 초 국회에 제출한 '연금개혁의 방향과 과제'에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직역연금 재정 안정화 검토를 포함시켰다. 국민연금 외에 직역연금도 특수성을 감안한 모수개혁을 검토하겠다는 취지였지만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 등에 대한 반발이 강해지자 직역연금 얘기는 쑥 들어갔다. 민간자문위에 참여 중인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학연금은 적립금이 24조 원이라 공무원·군인연금보다 양호하다고 인식하지만 뜯어보면 구조적인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며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데도 모두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