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경부고속철도 개통으로 한국철도의 르네상스가 도래했다. 이어 호남, 수도권 등 새로운 고속철도의 건설과 고속열차 도입 등 철도투자가 확대되었으며, 전국 2시간 생활권을 목표로 철도의 고속화, 운영 시간 확대 및 운행 간격의 조밀화 등을 통해 국민이 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획기적으로 발전해 왔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철도가 질적, 양적으로 급속히 팽창하면서 '열차 운영'이라는 한쪽 바퀴는 코레일과 SR 경쟁체제를 구축하는 등 잘 굴러왔다고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 보이고 관심에서 덜한 '유지보수'라는 다른 쪽 바퀴는 계속 삐걱거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선로 이용률(선로에 하루 동안 기차를 운영할 수 있는 횟수 대비 실제 운영 횟수)은 외국과 비교했을 때 매우 높다. 통상 60%가 표준이라면 우리나라의 선로 이용률은 최대 96.9%에 달한다. 거의 한계점까지 운영하는 셈이다.
선로를 많이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시설 노후화는 가속되고, 그만큼 유지보수도 많이 해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현재 유지보수 작업시간은 야간 3.5시간 정도이며, 이마저도 전기 단전, 선로 출입 통제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제외하면 실제 작업 시간은 더욱 줄어든다. 프랑스 5.5시간, 일본 6시간, 네덜란드 5시간 등 해외의 철도선진국과 비교 시 많은 차이를 보이는 것이 현장 여건이다.
그동안 철도 관계자들은 작업시간 부족으로 인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그러나 운영과 유지보수를 모두 담당하고 있는 한국철도공사는 고객서비스 만족이라는 전제 아래 열차 운영에 보다 치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작업 시간을 늘리려면 열차 운행시간을 조정하고, 운행 횟수를 감소해야 하는데 이는 수익 감소와 직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선로 이용률이 높을수록 국민 편의성은 높지만, 이는 선로가 안전하다는 전제하에 가능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철도 이용객과 작업자 등 모두의 안전을 위해 선로 작업시간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다행스럽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렇게 된다면 작업자는 선로 상태를 정밀하게 점검하고 보수작업을 적기에 시행하여 안전한 선로를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철도를 이용하는 국민, 철도를 운영하는 운영자, 철도를 관리하는 시설관리자 모두는 철도가 안전하고 편리해지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 철도운영자는 열차 운영에 전념하고 정부(시설관리자)는 유지보수를 책임감 있게 수행할 수 있는 체계가 명확히 정립된다면 고객만족을 위한 열차 운영과 안전한 선로 유지보수라는 양쪽 바퀴의 균형이 자연스럽게 맞춰져 한국철도가 더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