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아이스하키 구단인 HL 안양이 아시아리그에서 6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HL 안양은 4일 경기 안양빙상장에서 열린 2022~23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플레이오프 파이널(5전 3승제) 5차전에서 레드이글스 홋카이도를 2차 연장 끝에 강윤석의 결승골로 2-1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3승 2패로 시리즈를 마친 HL 안양은 2019~20시즌 이후 3년 만에 챔피언에 등극했다. 통합 우승(정규리그+플레이오프)은 2016~17시즌 이후 6년 만이다.
2승 2패로 팽팽히 맞선 가운데 펼쳐진 5차전은 2차 연장까지 가는 대혈투였다. HL 안양은 1피리어드 시작 4분 만에 김기성의 선제골로 앞섰지만 2피리어드 종료 직전 상대에 동점골을 허용했다. 이후 양 팀은 공방전을 벌이며 3피리어드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1차 연장에서도 양쪽 모두 득점에 실패했다. 그리고 2차 연장 종료 9분47초를 남기고 강윤석이 종지부를 찍은 골을 터뜨렸다.
HL 안양의 이번 통합 우승은 온갖 악재를 이겨내고 일궈내 특별하다. HL 안양은 아시아리그 코로나19 여파로 아시아리그가 멈춰선 기간 팀이 흔들렸다. 수비진의 기둥이었던 귀화 선수들이 은퇴했고, 국내 베테랑들도 차례로 팀을 떠났다. 지난해 6월엔 팀의 ‘영원한 주장’ 조민호를 하늘로 떠나 보내는 아픔까지 겪었다. 또한 5개 팀이 자체 리그를 치른 일본과 달리 한국 팀들은 대명 킬러웨일즈, 하이원의 해체로 HL 안양만 홀로 남아 마땅한 ‘스파링 파트너’를 찾지 못했다.
전력 약화와 실전 공백 실전 공백 우려까지 겹쳐 HL 안양은 어려운 시즌을 보낼 것으로 예상됐지만 초반부터 선수들 질주한 끝에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모두 정상에 올랐다. 2020년 이후 우울한 소식만 이어지던 한국 아이스하키에 모처럼 밝은 소식을 전한 것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대표팀을 지휘했던 백 감독의 리더십이 팀을 하나로 묶었고, 베테랑과 젊은 피의 신구 조화도 돋보였다. 김기성, 김상욱 형제와 이영준 안진휘 박진규 이돈구 등 베테랑들이 공수에서 중심을 잡았다. 수문장 맷 달튼은 두 시즌 간 실전 공백을 무색케 하는 ‘철벽 방어’로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백 감독의 흔들림 없는 믿음 속에 지효석 오인교 송종훈 등 신예들도 빠르게 성장했다.
외국인 선수의 도움 없이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는 점도 값지다. 과거와 달리 이번 시즌은 외국인 선수를 단 한 명도 기용하지 않았다. 국적으로 따지면 팀 구성원은 구단주부터 스태프에 이르기까지 전원 한국인이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의 한결 같은 아이스하키 사랑도 빼놓을 수 없는 원동력이다. IMF 외환 위기 때 아이스하키팀을 끝까지 지켜낸 것처럼 이번에도 홀로 남은 팀을 아낌 없이 챙겼다. 주말마다 안양 홈 경기장을 찾는 것은 물론 일본 원정도 수 차례 동행했다. 마지막 5차전에선 연장 승부에 접어드는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주기 위해 직접 하이파이브를 나누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