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한국 아닌 미국 송환하라’는 여론이 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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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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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도피 11개월 만에 체포된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국내 송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신병 확보에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는데, 정작 국내 여론은 우리와 송환 경쟁을 벌이는 미국에 보내라고 한다. 그 의미를 잘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열쇠를 쥔 건 신병을 확보한 몬테네그로 당국이다. 여권 위조 혐의 재판을 마무리한 뒤 각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 심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권씨 체포 직후 우리나라와 미국이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고 테라폼랩스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도 신병 확보전에 가세한 상황이어서 어느 나라로 넘길지 예단이 쉽지 않다.

국내에서 테라∙루나 피해자는 28만 명, 피해액은 50조 원이 넘는다. 권씨가 붙잡혔어도 투자자들이 돈을 돌려받기는 쉽지 않다. 애당초 금융당국의 감독 대상이 아니어서 피해자 분쟁조정 자체가 어렵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만큼 우리 사법권 관할에서 혐의를 입증하고 징벌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법무부가 권씨 신병 인도에 적극 나서야 할 이유다.

그런데 국내 여론은 미국 송환 목소리가 훨씬 크다. “더 형량이 높은 곳으로 보내야 한다”는 게 일차적 이유다. 법조인들도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하는 미국의 형량이 우리보다 크게 높을 것으로 본다. 미국 검찰은 권씨를 증권 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

여기엔 우리나라 수사당국의 의지와 사법 시스템에 대한 불신도 깊게 깔려 있다. 국내 법원은 작년 11월 테라폼랩스 공동 대표 신현성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테라∙루나가 증권거래법 적용 대상인 ‘증권’인지 불분명하다는 이유였다. 과거의 기준으로 매우 좁게 해석한 것이다. 반면 미국은 앞서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이어 이번에 검찰도 테라∙루나의 ‘증권성’을 폭넓게 인정했다.

이런 여론은 가상화폐의 급속 확산에도 법 해석은 과거에 머물러 있고, 새로운 관리∙감독 법안은 마련되지 않은 국내 현실을 투영한다. 이대로면 ‘제2의 테라’가 나온다 한들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