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년들의 불교 사찰 방문이 폭증하고 있다. 지난달 절을 방문한 중국인은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이 중 절반은 1990년대생과 2000년대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난 등에 따른 스트레스를 덜기 위한 '영적 도피처'로 절을 찾는다는 게 중국 매체들의 분석이다.
26일 중국의 대형 온라인 여행사인 시트립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2월 21일까지 집계된 불교 사찰 방문 예약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10% 증가했다. 이 중 약 절반이 지우링허우(1990년대생) 또는 링링허우(2000년대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주요 포털 사이트에는 베이징의 대표적인 티베트 사찰인 '용화궁'과 항저우 지역 최대 사찰인 '영은사' 같은 유명 사찰의 이름이 인기 검색어로 자주 오르내린다. 중국 모바일 광고 플랫폼인 오션엔진에 따르면, 이달 16일까지 포털사이트의 '사원' 검색 횟수는 전년 동기 대비 585% 증가했으며, 검색자 중 44.9%가 18~30세인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중국의 사찰 방문 트렌드를 청년층이 주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청년들 사이에서 불심이 급작스럽게 타오른 것일까.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베이징의 유명 티베트 사원인 용화궁을 방문한 뒤 "이곳을 찾은 젊은 사람들 중 누구도 불교를 믿는 이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캠핑을 하면서 찍은 사진을 온라인에 공유하는 것이 유행했던 것처럼 지금은 향을 피우고 절을 올리는 자신의 모습을 찍어 올리는 게 새로운 트렌드"라는 것이다. 장이우 베이징대 중국어 교수는 "자신의 독특함을 보여주기 위한 청년들의 틈새 여가"라고 분석했다.
취미나 유행으로만 치부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취업 스트레스와 경쟁에 찌든 청년들의 심적 탈출구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 청년들은 부모 세대는 겪어보지 못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채용 플랫폼 자오핀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 졸업 시즌인 7월 16~24세의 실업률은 19.9%에 달했다. 5명 중 1명이 실업자라는 뜻으로, 2018년 통계 발표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취업이 어려우니 결혼이나 연애는 꿈도 꾸지 못한다. "이러려고 공부했나" 하는 자괴감이 커지면서 스트레스를 덜어내기 위해 청년들이 사찰을 찾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 매체 징데일리는 "심적 압박이 큰 청년들에게 영적인 도움을 주는 동시에 자신의 복을 기원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사원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불확실성에 직면한 중국의 청년들이 지금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사회주의 국가 중국의 청년들이 종교에 의지하는 것은 그들이 나약해진 증거라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기성세대도 있다. 베이징 지역 매체인 신경보는 "신에게 기도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취업이든 무엇이든 소원을 이루고 싶다면 더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 게 먼저"라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