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피겨스케이팅 간판 차준환(22·고려대)이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국제빙상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한국의 피겨 역사를 새로 썼다. 여자 피겨 이해인(18·세화여고)도 이 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면서 '남녀 동반 입상'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차준환은 25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2023 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105.65점, 예술점수(PCS) 90.74점으로 합계 196.39점을 받아 2위에 올랐다. 1위는 지난해 이번 대회 우승자인 일본의 우노 쇼마(25)가 301.14점으로 차지했다. 미국의 일리나 말리닌(18)는 288.44점을 받아 3위에 랭크됐다.
차준환은 앞서 23일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 개인 최고점인 99.64점을 기록해 메달권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이날도 프리스케이팅에서 자신의 최고점을 경신하며 총점 296.03점으로 최종 2위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차준환은 '클린 연기'를 펼치며 개인 최고점을 갈아치웠다. 프리스케이팅 점수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작성한 182.87점보다 13.52점, 총점도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받은 282.38점보다 13.65점이나 높다.
차준환은 이날 24명 선수 중 22번째로 출전해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OST에 맞춰 연기를 시작했다. 첫 번째 과제인 쿼드러플 살코를 깔끔하게 처리한 그는 쿼드러플 토루프, 트리플 러츠-트루플 루프 콤비네이션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차준환은 후반부에서도 기세를 이어갔다. 트리플 악셀-더블 악셀을 실수없이 연기했고, 트리플 러츠-싱글 오일러-트리플 살코도 깨끗하게 해냈다.
점프 동작을 전부 완벽하게 수행한 차준환은 스핀과 풋 콤비네이션에 이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이너바우어까지 아름답게 연결했다. 차준환만이 할 수 있는 깊은 이너바우어가 펼쳐지자 관중석에선 감탄사와 함께 클린 연기에 박수가 쏟아졌다.
한국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에서 메달을 획득한 건 차준환이 처음이다. 올해 대회 전까진 세계선수권에서 남녀를 통틀어 메달을 획득한 선수는 김연아(32·은퇴)가 유일했다. 김연아는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따냈고, 2013년 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마지막으로 10년 동안 메달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엄청난 쾌거를 이뤄냈다. 이해인이 여자 싱글 은메달을 획득한데 이어 차준환도 시상대에 오르며 한국 피겨 역사를 새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