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살면서 농사는 청도에서? 정정미 헌법재판관 후보자 농지법 위반 의혹

입력
2023.03.24 22:54
김의겸 "사실상 '임대' 목적 농지취득 불가능"
농지 취득한 2013년, 판결문엔 '경자유전' 적시

정정미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직접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농지를 허위로 취득했다는 ‘농지법 위반’ 의혹이 불거졌다. 대전지방법원 부장판사 재직 당시 경상북도 청도군의 농지를 샀는데 실제로는 정 후보자의 아버지가 농사를 지었다는 것이다.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2013년 5월 경북 청도군 2개 지번 농지 1,243㎡을 2,800만 원에 취득했다. 농지를 취득하려면 농업경영계획서를 지자체에 제출한 뒤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정 후보자는 이를 위한 농업경영계획서에 자신이 직접 농사를 짓겠다고 기재했다.

김 의원은 “당시 정 후보자는 대전지법 부장판사로 재직하며 대전에 거주하고 있었다. 청도와는 자동차로 2시간 30분 가량 떨어진 거리”라며 “왕복 5시간을 오가며 농사를 짓겠다는 계획을 제출하고 농지자격증명을 발급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후보자는 농지 취득 10일 뒤에는 이 농지를 다른 사람이 대신 사용하도록 하는 ‘농지사용대차계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실제로 농사를 지은 사람은 정 후보자의 아버지였다. 농어촌공사를 통해 농지를 임대하거나 다른 사람이 무상으로 사용하게 할 수는 있지만, 정 후보자처럼 사실상 ‘임대’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더구나 김 의원실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같은 해 ‘농지 명의신탁’과 관련한 사건을 판결한 적이 있다. 김 의원은 “정 후보자는 헌법의 경자유전 원칙을 확인하며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는 농지법 조항도 판결문에 적었다”며 “후보자 본인이 법관 시절 강조해 온 경자유전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은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자격에 심각한 의문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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