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위르겐 클린스만(59) 감독이 콜롬비아와 국가대항전(A매치)인 첫 신고식을 무승부로 기록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3만8,000여 명의 관중들이 앞에서 "화끈한 공격축구를 보여주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손흥민(토트넘)은 세계적인 공격수답게 멋진 감아차기로 멀티골을 터트리며 '클린스만호' 첫 골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대표팀은 24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A매치에서 전반에 터진 손흥민의 멀티골을 지키지 못한 채 2-2로 비겼다. 콜롬비아의 세계적인 미드필더 하메스 로드리게스(올림피아코스)의 골 등이 터지면서 한국은 아쉽게 승리하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날 손흥민과 정우영(프라이부르크) 조규성(전북)을 공격진으로 선발 출전 명단에 올렸다. 중원은 정우영(알사드) 황인범(올림피아코스) 이재성(마인츠)으로 채웠고, 포백라인에는 김민재(나폴리) 김영권(울산) 김태환(울산) 김진수(전북)를 기용했다. 파울루 벤투 전임 감독의 베스트 멤버를 활용했다. 관심을 모았던 이강인(마요르카)은 벤치에서 시작했다.
손흥민은 이날 펄펄 날아다녔다. 전반 10분 왼쪽 박스 근처 이른바 '손흥민존'에서 왼발 감아차기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전반 25분에는 왼쪽 측면을 돌파하던 정우영이 반칙을 당해 얻은 프리킥을 직접 찼다. 골대를 살짝 벗어났으나 위협적인 슈팅이었다. 또한 전반 27분에는 조규성(전북)과 함께 적극적인 압박 플레이로 콜롬비아 수비수들을 당황하게 했고, 박스 근처에서 볼을 소유하는 등 골을 만들 뻔했다.
손흥민의 '프리킥 쇼'는 이어졌다. 전반 38분 오른쪽 박스를 돌파하려다 반칙을 얻어내 페널티킥을 얻었으나, 주심이 뒤늦게 비디오판독(VAR)을 요청해 '노 페널티킥'이 판정됐다. 결국 프리킥을 얻어내 키커로 나선 손흥민은 아쉽게 골키퍼에 막혔다.
전반 45분에는 프리킥으로 멀티골을 완성했다. 왼쪽 측면에서 황인범이 빠르게 돌파해 아크서클 근처 손흥민에게 연결했고, 상대의 반칙을 얻어냈다. 손흥민은 이번엔 오른발 감아차기로 수비수 키를 넘겨 골로 만들었다. 손흥민의 두 번째 골이 들어가자 클린스만 감독은 포효하며 기뻐했다. 이 골은 한국 선수 역대 A매치 최다 골인 5골로 기록됐다. 또한 콜롬비아전 3경기 연속 골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한국 선수가 아시아를 제외한 다른 대륙 특정 국가와 A매치에서 3경기 연속골을 기록한 건 손흥민이 최초다.
한국대표팀은 손흥민을 필두로 전반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했다. 왼쪽 후방에서 김진수(전북)가 상대 진영까지 빠르게 전진해 조규성(전북)에게 롱패스를 연결하거나, 중앙으로 크로스 올려 이재성이 골문 앞에서 결정적인 찬스를 만드는 등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콜롬비아 선수들은 한국의 저돌적인 공격에 거친 파울로 응수했다. 공격이 풀리지 않자 손흥민을 밀거나 발을 거는 등 비신사적인 반칙을 이어갔다.
그러다 김진수가 부상으로 교체 아웃됐다. 활발하게 움직이며 상대 진영을 흔들었던 그는 허리에 부상을 입어 들것에 실려 나왔고, 전반 23분 이기제(수원삼성)가 투입됐다. 한국은 손흥민의 멀티골로 2-0을 유지하며 전반을 끝냈다.
그러나 후반 들어 콜롬비아의 공격은 매서웠다. 후반 1분 콜롬비아의 하메스 로드리게스가 한 골을 만회하더니, 3분 후 호르헤 카라스칼(모스크바)이 동점골을 터트려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순식간에 동점이 되자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14분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조규성과 정우영을 빼고 이강인과 오현규(셀틱)를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후반 23분엔 손준호(산둥 타이산)와 나상호(FC서울)를 교체 투입했다.
흐름을 탄 콜롬비아의 공격은 그칠 줄 몰랐다. 후반 34분과 36분 후방에서 한 번에 찔러주는 롱패스에 의한 단독 득점 기회를 줄 뻔했다. 발이 빠른 김민재가 각각 다리와 머리로 막아내며 '철벽수비'의 진수를 보여줬다. 한국팀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그 가운데 손흥민과 오현규가 있었다. 손흥민은 끊임없이 중앙과 양쪽 측면을 휘저었고, 오현규도 후반 42분 상대 골문 앞에서 찬 슛이 아쉽게 수비수에 걸리는 등 공격의 불씨를 끄지 않았다. 하지만 콜롬비아의 골문을 열지 못하면서 경기는 2-2로 마무리됐다.
한국대표팀은 28일 오후 8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우루과이와 2차전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