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암 치료법 속속 개발…암 치료 희망 내려놓지 말아야”

입력
2023.03.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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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안호정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 교수

고형 종양(암)을 약물로 전문 치료하는 진료과가 종양내과다. 암 치료는 세포 독성 항암제를 비롯해 종양에서 특징적으로 발현하는 표적을 조절하는 표적항암제, 항종양 면역을 활성화시키는 면역항암제 등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암 환자를 진료한다.

‘소화기암 항암 치료 전문가’인 안호정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 교수를 만났다. 안 교수는 “새로운 항암제가 계속 개발되고 암 치료 가이드라인도 개선되는 등 암 치료 전성시대”라며 “조직이나 혈액에서 암 유전자 분석을 통해 암을 극적으로 치료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환자들은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암 치료제 최신 동향을 소개하자면.

“그동안 폐암ㆍ유방암 치료제는 꾸준히 발전돼 치료 성적이 많이 좋아졌다. 반면 식도를 비롯해 위ㆍ소장ㆍ대장ㆍ항문 등 소화기관에 발생한 소화기암은 약물 치료 발전이 더뎠다.

그러나 최근 식도암ㆍ위암에서 PD-1/PD-L1 면역관문억제제가 도입됐고, 다른 항암제와 병용하면 생존율이 의미 있게 늘었다. 차세대 염기 서열 분석(NGS)이 활성화되면서 새로운 표적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Kras G12C 변이, Her2 경로 증폭, NTRK 융합, 미세 부수체 불안정성 등이 대표적으로 해당 경로를 표적으로 하는 약제 반응률은 40~80%나 된다. FGFR2 변이, claudin, DKN-01 등의 단백을 표적으로 하는 약도 유망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소화기암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요즘 학회에서 새로운 약제 임상시험 결과를 얘기하면서 다들 즐거워한다. 오랜 치료 침체기가 끝나고 소화기암 치료가 한 단계 도약할 희망이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암을 발생 장기나 조직별로 구분하지 않고, 특정 유전자 변이가 있는 암을 묶어 치료하는 ‘조직 불문 항암제’가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표적을 찾고 적합한 약을 택하려면 암 조직이나 혈액 속에 있는 암 유전자를 대량으로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처럼 신약이 개발돼 도입되려면 반드시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 임상시험은 한 개의 임상과나 의사가 독자적으로 시행할 수 없고 행정ㆍ연구 코디네이터ㆍ병리과ㆍ영상의학과 등 다양한 임상과가 유기적으로 소통ㆍ협력해야 가능하다. 성빈센트병원은 오랜 경험과 노력으로 1상 임상시험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소화기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소화기암은 음식을 씹고 삼키고 소화하고 배설하는 처음과 끝을 포함한다. 따라서 암 치료에 있어 암을 제거해 완치하거나 생명을 연장하는 목적과 함께 삼키고 배변하는 등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기능을 유지하려는 목적도 고려해야 하는 게 핵심이다.

따라서 수술, 방사선 치료, 약물 치료가 조화를 이루면서 동시에 혹은 순차적으로 이루어질 때가 많다. 막힌 부분을 넓히는 등 시술이 필요할 때도 있으며 환자마다 암 위치ㆍ증상 등이 다르기에 같은 병기(病期)라 해도 치료법은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내과ㆍ외과ㆍ방사선종양학과 등 다양한 임상과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가 머리를 맞대고 최선의 치료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다학제 진료’가 필요하다. 성빈센트병원에서는 다학제 진료가 2022년 130건이 시행될 정도로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환자와 가족들의 만족도도 아주 높아졌다.”

-고령 인구가 크게 늘고 있는데 항암 치료 전략은.

“외래를 방문하는 환자군이 70대가 흔하고 90대도 심심치 않다. 조만간 100세를 넘긴 초고령 환자와 만날 날도 머지않았다. 고령 환자들은 통상 항암 치료를 해도 괜찮은지 걱정이 크다.

종양의 약물 치료는 암 종류ㆍ병기에 따라 치료 목적과 기대 효과가 다르고, 이에 따라 약 종류와 강도를 조절해 부작용을 줄이면서 효과를 최대화하는 것이 종양내과 의사, 즉 항암 치료 전문가의 역할이다.

대부분의 치료는 70세 이상 환자에게서도 효과ㆍ안정성이 충분히 검증됐으며 신체 나이 같은 단순한 지표만으로 치료 유무를 판단하지 않고 환자의 신체적 기능, 동반 질환, 영양 상태, 인지 기능, 정신건강 및 보호자 지지 체계 등을 다각도로 평가해 치료 득실을 예측한다. 70세 이상 고령 환자 치료를 결정할 때 노인 평가를 진행하고, 이를 환자와 보호자와 공유해 의사 결정을 한다.”

-암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이라면.

“소화기암 치료는 예술(art)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환자마다 치료 종류와 순서가 다 다르다. 매번 어떤 치료를 할지 경험 많은 의사들이 모여 함께 고민한다. 최근 약물 치료가 다양해지고 있고, 조직ㆍ혈액에서 암 유전자 분석을 통해 표적을 찾을 때도 많아졌기에 포기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다.

항암 치료는 1회성이 아니고 마라톤 같은 긴 여정이기에 종양내과 의사는 이 여정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암 질환 자체만 바라보고 치료에 집중하다간 가장 중요한 ‘환자’가 중심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환자를 중심에 놓고 최선의 치료 방향을 함께 고민하면서 희망적인 미래를 그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