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성폭행 후 '낙태 전담' 의사로…정명석 범죄 "상상 이상"

입력
2023.03.24 16:00
김도형 교수 cpbc 라디오 인터뷰 
"월명동에 초음파 기계 놓고 진료"
임신한 여성은 병원 오게 해 낙태 
딸 성폭행당한 부모 "감사하다"

여성 신도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기독교복음선교회(통칭 JMS) 교주 정명석(78)이 전담 산부인과 의사를 두고, 자신이 성폭행한 여성들의 임신중절수술을 하게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의사 역시 정명석에게 성폭행당한 피해자로 알려졌다.

반JMS 활동을 해온 김도형 단국대 수학과 교수는 24일 'CPBC 김혜영의 뉴스공감' 인터뷰에서 "정명석의 범죄행각은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경지를 넘어선다"며 이 같은 사례를 전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정명석은 1980년대 초반 한 의대에 다니던 여성을 성폭행했다. 이후 이 학생은 산부인과 전문의가 됐고 병원에 취업했다. 김 교수는 "이 의사는 임신한 여성들을 자신이 있는 병원으로 오게 해 낙태시켜줬다"고 말했다. "미니스커트 입은 여자들이 수시로 오니까 그 의사도 주변에 보기 창피해선지, 아예 (JMS 본거지) 월명동에 초음파 기계를 놓고 진료했다"고도 덧붙였다.

이 의사는 2000년대 초반까지 정명석을 도왔다. 이 의사가 탈교한 것은 정명석이 신도들에게 성폭행 혐의를 부인하는 모습을 보고서다. 김 교수는 "이 의사는 '정명석은 도저히 사람이 아니다 마귀다'라고 하며 탈교했다"고 했다. 이 의사는 지금은 다른 병원을 따로 차려 운영하고 있다.

김 교수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음에도, JMS 범죄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점도 짚었다. 그는 "(JMS에서 신도 모집을 위해 만든 대학교 내) 서클이 JMS서클이라고 해서 제명되면 또 다른 신도가 다른 단체인 것처럼 금방 동아리 등록을 한다"며 "서울대 같은 경우도 '오손도손'이라는 동아리가 제명당하자, 다시 또 다른 이름의 동아리를 등록했다"고 했다.

오랫동안 심리적 지배를 받은 경우엔, 다큐멘터리를 보고도 JMS를 벗어나기 쉽지 않다. 김 교수는 "정명석은 수시로 JMS를 탈퇴해서 (결혼해) 아기를 가진 사람이 기형아를 낳았다거나 교통사고가 나서 즉사했다는 이야기를 하며 신도들에게 공포감을 심었다"고 말했다.

정명석을 맹신하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심지어 자기 딸이 성폭행 피해를 입어도 받아들이고, 딸을 설득시키는 데다가 심지어 정명석에게 감사하다는 말까지 한다"고 말했다. JMS는 이른바 '합동 결혼식'을 통해서만 이성을 만날 수 있도록 했는데, 자녀가 이를 어기고 이성교제를 할 경우, 부모가 자녀를 감금하고 심지어는 목을 조르고 칼로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정명석은 교도소에서도, 구치소에서도 편안하게 생활했다. 김 교수는 "정명석이 복역하던 대전교도소 교도관이 저희에게 '자괴감을 느낀다'며 연락해온 일이 있었다"며 "성범죄자가 매일같이 여신도 비키니 사진을 받아 보고 감상하는 건 정상적인 나라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상당한 특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법무부나 교정당국에서 제대로 관리 감독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전지검과 충남경찰청은 23일 검찰 수사관 80여 명, 경찰 120여 명 등 200여 명을 투입해 충남 금산군 월명동 JMS 수련원과 정명석 공범으로 지목된 김모씨의 주거지 및 경기 분당 소재 교회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과 검찰은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하고, 관련자 및 조력자 등 수사를 통해 정명석의 성폭행 혐의를 밝혀낼 방침이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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