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해 약간은 무서워해야 한다.”
조심스러웠지만 두려운 기색도 역력했다. 혁명적인 기술에 기생할 것으로 점쳐진 부작용을 우려한 탓이다. 이제 막 개막된 신세계에 대한 기대감보단 오남용에서 초래될 부정적인 측면을 감지한 고민으로 읽혔다. 지난해 말 생성형 AI인 ‘챗GPT’ 공개로 전 세계 스포트라이트를 몰고 간 미국 스타트업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내비친 속내다. 최근 미국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정말 챗GPT를 즐기는 것 같다”면서도 “우리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전한 경고성 메시지는 그랬다. 지난해 11월 30일 공개된 챗GPT는 출시 2개월 만에 사용자 1억 명을 돌파했다. 현재 지구촌에선 가장 뜨거운 감자다. 이런 챗GPT 설계자로, 전 세계에 생성형 AI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그의 전언이었기에 이목은 더 쏠렸다.
지난해 말부터 챗GPT를 계기로 불어 닥친 생성형 AI 광풍에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내로라한 세계 주요 기업들은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된 생성형 AI 분야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며 시장 경쟁에 속속 참전 중이다. 무궁무진한 확장성을 가진 생성형 AI가 장밋빛 전망 속에서 산업계와 접목하며 인간계의 생활 속으로 빠르게 스며드는 모습이다.
하지만 영리 목적의 생성형 AI가 야기할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염려하는 목소리도 예사롭지 않다. 관련 사례는 이미 수면 위로 떠오른 상태다. 지난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에 튀르키예 및 시리아 대지진 피해와 관련된 허위 모금에 사용됐던 ‘아이를 구조하는 가짜 소방관’ 사진이 대표적이다. AI 솜씨로 빚어진 이 사진에 나온 소방관의 손가락은 6개였고, 함께 표시됐던 가상화폐 지갑 주소도 과거 사기 행각에 사용됐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AI로 작성한 음란 사진이나 영상 공유 사이트, SNS 계정들도 속속 출몰하고 있는 상황이다. 챗GPT의 아버지로 알려진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생성형 AI 악용 가능성에 주목한 이유였다. 그는 ABC 방송 인터뷰에서 “생성형 AI가 대규모 허위 정보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우려된다”며 “컴퓨터(PC) 코드까지 익히기 시작한 생성형 AI가 사이버 공격에도 사용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악의적인 의도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할 경우, 예상치 못한 재앙까지 가져올 수 있단 얘기였다. 그가 “(중국이나 러시아 등을 포함한) 권위주의 국가에서 AI 기술을 개발하는 것에 많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는 특히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수년 전 “AI 기술 리더가 세계의 통치자가 될 것”이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예언을 거론하며 "오싹하다"는 반응도 보였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 거물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 역시 이런 분위기에 힘을 실었다. 지난 21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생성형 AI는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컴퓨터(PC), 인터넷, 휴대폰의 탄생만큼이나 근본적인 것으로 인간의 일과 교육, 여행, 의료서비스, 소통 등의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라면서도 “AI를 앞세운 인간의 위협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생성형 AI가 또 다른 디지털 정보 격차를 가져올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그는 “전 세계는 부유층만이 아닌 모든 사람이 AI 기술의 혜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며 “각국 정부와 자선 사업가들은 이 기술이 불평등에 기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AI로 무장한 인간의 위협과 관련해 각국 정부가 민간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현재 세계 생성형 AI 시장은 글로벌 기업들의 격전장으로 변한 형국이다. MS는 자사 검색엔진인 빙에 챗GPT를 탑재시켰고 구글도 미국과 영국에서 일부 사용자에 한해 생성형 AI인 ‘바드’를 공개했다. 포토샵으로 알려진 어도비 또한 ‘파이어플라이’를 이미지 생성형 AI 시범 버전으로 공개하고 시장 경쟁에 합류했다. 이외에 한국과 중국 등을 포함한 세계 주요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생성형 AI 시장에 대한 잠재 성장성을 확인, 속속 뛰어들 태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