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주말 오후에 받은 문자 한 통으로 심란해진 경험이 있는가? 잔잔했던 호수에 짱돌 하나가 날아와서 물 폭탄을 만나게 되는 일 말이다. 직장인 대부분이 경험했다고 응답하는 불편한 연락이다. 직장 상사에게 부하는, 일을 하나라도 더 시킬 수 있어서 만날 때마다 반갑다. 부하들은 정확히 반대여서 상사를 피할 때까지 피한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을 떠올려보자. 두 존재의 인력의 크기는 질량의 크기에 비례하고, 거리 제곱에 반비례한다. 하찮은 질량으로 분자에서 인력의 크기를 줄일 수 없는 작은 존재는, 분모에서 거리라도 늘려 인력을 줄이려고 한다. 지구로 속절없이 떨어지는 사과가 아니라 움직일 수 있는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존엄한 시도다. 상사를 응대하는 피곤한 일을 주말까지 하게 되면 땅에 떨어진 사과가 된 듯하여, 자존감이 무너지고 화가 난다.
물론 연락을 취하는 사람은 이런 정도의 파장을 의도하지는 않는다. 너무 중요한 일이어서, 혹은 내일이 되면 잊어버릴까 봐 미리 보내는 것이다. 솔직히 필자도 가끔은 그런 민폐를 끼친다. 그렇게 중요한 일이었으면 근무 시간에 해결해야 했고, 지금이 아니면 잊어버린다는 생각은 나의 저열한 지능을 자인하는 꼴이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right to disconnect)란 업무시간 외에 업무와 관련된 연락을 받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연결은 전화, 문자, 이메일로 연락하는 모든 행위를 포함한다. 근무 시간 이후에 받은 업무 관련 연락에 대응할 의무가 없음을 보장하여 일과 사생활의 영역에 선을 긋자는 취지이다. 외국에서는 유럽을 중심으로 이 권리가 노동법에 명시되고 있다. 독일의 어떤 자동차 회사는 업무 종료 시 업무용 메일이 자동으로 중지되어 이메일을 사용할 수가 없다. 프랑스에서는 이 권리가 2017년 세계 최초로 법제화돼 시행 중이다. 참고로 프랑스는 겨우 주 35시간 근무를 하는 나라다. 어떤 외신은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자유·평등·박애에 이은 프랑스의 새로운 권리로 조명했다.
나는 사적인 영역에서도 이 권리가 지켜질 것을 소망한다. 요즘에는 저녁에 오는 전화, 메시지는 물론이고 이메일도 잘 안 보려고 한다. 저녁 늦게 연락하는 지인은 무례한 사람으로 여기고, 주말에 메일을 보내는 사람들은 심각하게 무능한 사람으로 간주한다.
아 그런데, 나는 왜 무능한 사람이 보내는 무례한 연락을 보고 읽고 있는가? 그래서 요즘은 스마트폰 설정에서 이메일은 셀룰러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업무 시간 외에 메일을 열어보면 바로 해결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생긴다. 또한 스마트폰 같은 안정적이지 않은 환경에서는 성의 있는 답장을 쓰지 못한다. 그럴 바에야 스마트폰에서 아예 메일 앱을 삭제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이메일은 전산실이라는 보안 구역에 귀하게 있던 컴퓨터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읽고 보냈던 과거로 돌아가면 어떨까?
지금이 아니면 잊어버릴 것 같은 중요한 일이 떠오르면 요일과 시간을 살피고 부적절한 시간이면 메모장에 쓰자. 아니면 일단 쓴 다음, 내일 아침으로 문자 보내기와 메일 보내기 예약을 쓰자. 내일이어도 늦지 않다. '누군가의 상사가 된다는 것은 자신이 맡은 직원의 직업적 삶을 개선시킬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라는 말을 곱씹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