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신성한, 이혼'이 조용히 입지를 다지는 중이다. 그간 수많은 작품들이 OTT 플랫폼 공개의 수혜를 입었다. 넷플릭스부터 티빙까지 본 방송을 챙겨보지 않는 시청자들에게 OTT 플랫폼은 유입의 창구가 됐다. 이 가운데 최근 JTBC '신성한, 이혼'이 OTT를 통해 입소문을 탔고 조금씩 화력이 붙기 시작했다.
'신성한, 이혼'은 이혼 전문 변호사 신성한(조승우)이 마주하는 이혼 의뢰들과 세 친구의 케미스트리를 담은 작품이다. 작품은 부부들의 갖가지 인생사를 들여다본다. 1회부터 작품은 불륜과 성 스캔들, 가정 학대 등을 다루면서 과감한 설정을 풀어간다. 특히 한혜진이 1, 2회의 에피소드 중심에서 자칫 부담스러울 법한 이야기를 매끄럽게 이끈다.
사실 '신성한, 이혼'을 보다 보면 조승우의 원톱물이라고 느낄 정도로 존재감이 부각된다. 극중 조승우는 이혼이라는 삶의 험난한 길 한복판에 선 이들에게 최고의 승소를 선사하는 유능한 이혼 전문 변호사이자 타이틀 롤 신성한 역을 맡았다. 조승우는 이번 작품에서 특유의 힘을 빼고 느슨한 톤과 매너를 유지한다. 이 모습이 꽤 낯선 까닭은 그를 대표하는 작품들인 '비밀의 숲'의 감정 결여된 변호사, '시지프스'의 천재 과학자 등 프로페셔널한 직업의 이미지가 강렬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신성한, 이혼' 속 조승우를 두고 낯설다고 표현하고 있다. '신성한, 이혼'은 '비밀의 숲' 황시목을 잊게 할 만큼 수더분하고 또 털털하다. '시지프스'의 한태술보다 한술 더 뜨는 능청스러움이 있다. 이 새로운 캐릭터는 조승우가 자신이 갖고 있는 강점을 더욱 극대화하는 것에서 나온 듯하다. 법을 다루지만 전작을 떠올리지 않게 만드는 역량은 역시 조승우답다.
주인공 신성한이 이혼을 원하는 이들을 만나면서 나오는 특유의 감수성은 신파스럽지 않다. 명백한 '악인'이 있지만 정의 구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오롯이 법정에서 결론이 난다. 신성한 역시 정의의 사도가 아니기 때문에 의뢰인이 원하는 해피엔딩을 가져다주는 역할에 그친다. 이 또한 시청자들에게 너무 무겁지 않고 또 자극적이지 않게끔 다가가는 '신성한, 이혼' 만의 방식이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신성한, 이혼'은 1회 7.27%로 출발했다. 이후 4%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방송분인 18일 6회만에 7.52%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웹툰을 기반으로 한 만큼 시청자들의 보편적인 감성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연출을 맡은 이재훈 감독 역시 의식한 대목이다. 이재훈 감독은 웹툰의 댓글 속 생생한 경험담을 토대로 '힘 있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중반부에 돌입한 '신성한, 이혼'은 이제 시작이다. 3040세대의 공감을 자아냈고 1020세대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 '신성한, 이혼'이 JTBC의 새로운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