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주 질환 있으면 건선 발병 위험 11% 증가

입력
2023.03.23 21:56

치주 상태가 좋지 않으면 건선 등 피부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치주 질환은 구강 세균에 의해 주로 발생하는데 구강에 생긴 염증이 혈관 안으로 침투해 당뇨병ㆍ심혈관 질환ㆍ암 등 각종 중증 전신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치주 질환은 국내에서 가장 흔한 질환으로, 감기ㆍ고혈압 환자보다 많다(2021년 외래 다빈도 질환 통계).

대한치주과학회는 치주 질환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3월 24일을 ‘잇몸의 날’로 정했다. 날짜는 삼(3)개월마다 잇(2)몸을 사(4)랑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치주 질환+흡연하면 건선 위험 26.5% 증가

대한치주과학회는 이날을 기념해 간담회를 열고 치주 질환과 피부 질환인 건선, 아토피 사이 상관관계를 밝힌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박준범(치주과)ㆍ이지현(피부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치주 상태와 건선 등 피부 질환 발병 사이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건선은 1~3% 유병률을 보이는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발생하면 두피ㆍ얼굴 등에 은백색 비늘이나 다양한 크기의 붉은색 구진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건선은 피부ㆍ손발톱 뿐만 아니라 관절에 침범하기도 해 관절염 발병 위험도 높이며, 비만ㆍ심혈관 질환ㆍ대사증후군 등 다양한 전신 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가톨릭대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 건강검진 데이터로 2009년 1~12월 치주 질환이 없는 사람 865만 명과 치주 질환자 110만 명을 대상으로 건선 발생률을 9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치주 질환이 있는 그룹은 없는 그룹보다 건선 발생 위험이 11%나 높았다. 치주 질환이 있으면서 담배까지 피우는 사람은 건선 발생 위험이 26.5%까지 올라갔다.

이지현 교수는 “치주 질환이 건선 위험 인자로 작용하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치주 질환과 건선이 몇 가지 병리 과정을 공유해 이런 결과가 나온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치주 질환이 특정 병원체에 의해 유발되면 건선과 유사한 전신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고, 치주 질환도 건선과 마찬가지로 종양 괴사 인자-알파(TNF-alpha), 인터루킨(IL)-13, 17 등 염증성 사이토카인(cytokine)을 유도하고, IL-4,10을 줄일 수 있다.

박준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건선이 치주 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대규모 인구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며 “또 다른 연구에서는 잇몸 출혈이 있을 때 아토피 피부염 발병 위험이 14%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기에 올바른 잇몸관리로 피부 질환을 포함한 다양한 전신 질환 위험성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잇몸 건강 위해서 3ㆍ24수칙 지켜야

대한치주과학회는 3월 24일 숫자를 활용해 ‘건강한 잇몸을 위한 3ㆍ24 수칙’을 제시했다.

△하루 세(3)번 이상 칫솔질 △1년에 두(2)번 스케일링 △사(4)이사이 치간 칫솔이라는 의미다.

김성태 서울대 치과병원 치주과 교수는 “구강 세균 관리를 잘해야 깨끗한 구강 환경 뿐만 아니라 피부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며 “치석이 쌓이면 치주 질환으로 이어지므로 특히 정기적인 치석 제거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흡연ㆍ음주ㆍ잘못된 식습관은 염증을 유발해 치주 질환 발병률을 높일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박준범 교수는 “술을 마셨다면 반드시 이를 닦고 잠을 자야 염증이 생기는 걸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계승범 대한치주과학회장은 “코로나19 대유행 중에도 치주 질환은 2019~2021년 매년 1,700만여 명이 병원 외래를 찾았다”며 “잇몸 건강을 위해 3ㆍ2ㆍ4 수칙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