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발표된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한 후폭풍이 거셉니다.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지켜준다는 정부의 장밋빛 그림과 달리 노동자들은 과로사회로 회귀하게 될까 봐 걱정입니다. ‘주 최대 52시간 근로’의 경직성을 해소해 ‘주 최대 69시간 근로’가 가능하게 된다는 점이 논쟁의 지점이었는데요. 이 69시간에 대한 정부 관계자들의 생각도 저마다 다릅니다. 과연 노동자의 선택권, 건강권, 휴식권을 지키기 위한 제도 맞는 걸까요?
정부는 현행 주 52시간제의 경직성을 문제 삼습니다. 업무 특성에 따라 근로 시간을 유연하게 바꿀 수 없어 다변화하는 산업구조를 따라가지 못한다고요.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근로시간 개편에 대한 의지를 보여왔습니다. 2021년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주 120시간도 일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 대표적이죠. 정부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도 함께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집중 근로를 한만큼 장기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해서 노동자의 휴식과 건강까지 챙기겠다면서요.
그렇지만 정작 청년 세대는 ‘과거로의 퇴행’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개편안 발표 일주일 만인 14일 윤 대통령은 “MZ세대 의견을 청취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합니다. 그런데 이후로 정부의 말이 오락가락입니다. 한덕수 총리는 “큰 프레임은 변화가 없다”고 선을 그었는데, 다음날 김은혜 홍보수석은 “노동약자의 여론을 더 세밀하게 청취한 뒤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말을 바꾼 거죠. 다음날 “연장근로를 해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윤대통령의 발언이 공개됐습니다. 21일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주 60시간 이상 근무는 건강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주 60시간도 적은 시간이 아닙니다. 2021년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915시간에 달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716시간보다 199시간이나 길고 독일(1,349시간)보다는 566시간이나 더 일합니다. 현실 속 노동자들은 쌓인 연차조차 제대로 쓰기 어렵고, ‘포괄임금’을 이유로 일한 만큼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근로시간이 지금보다 더 늘어난다면 과연 휴식 시간도 늘어날 것인지, 현장에선 의심할 수밖에 없는 거죠. 노동계에서 “노동자의 건강과 휴식은 없고 사업주의 이익만 있을 뿐”이라고 반발하는 이유입니다.
정부는 이번 제도 개편으로 경직된 근로시간제도를 개편하고 ‘노사’의 선택권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노동자가 사용자와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할 수 있으려면, 우선 정부가 노동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제도를 보완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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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최희정/ 구성 제선영/ 진행·취재 양진하/ 촬영 최희정·이수연·김광영/ 영상편집 최희정/ 인턴PD 박수빈·김세빈·김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