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보낼 거라 출생 신고 안 해"··· '무명 아동' 비극 왜 반복되나

입력
2023.03.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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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숨기면 아이 존재 파악 불가능
의료기관 의무 신고 출생통보제 거론   
"법 제정 앞서 임부 지원책 마련 시급"

생후 76일 된 딸이 숨질 때까지 방치한 20대 친모가 아동 유기·방임 및 학대치사 혐의로 지난 20일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아기의 사망 원인은 영양결핍으로, 출생신고도 안 된 상태였다. 친모는 경찰 조사에서 "입양을 보낼 생각이라 신고를 안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생신고도 없이 숨지거나 유기되는 '갓난아이의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2021년 1월 인천에서도 40대 친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여덟 살 딸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건이 발생했다. 2020년 11월에는 가정집 냉장고에서 시신이 발견됐다.

안타까운 죽음이 잇따르고 있지만, 정부는 '미등록 아동'과 관련한 정확한 통계조차 갖고 있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국회 제출용으로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출생신고 없이 사회복지시설에 입소한 아동은 269명으로 집계됐다. 아동기관과 인권단체들이 모여 만든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도 전국 251개 아동복지시설 조사를 통해 2019년과 2020년 출생 미등록 아동이 146명이라고 파악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추정일 뿐이며, 실제 '무명 아동'은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출생신고를 안 하면 주민등록번호가 발급되지 않아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다. 의무 교육이나 건강보험 서비스 혜택도 받지 못한다.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부모 등으로부터 학대 피해자가 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이번에 구속 송치된 20대 친모도 자녀를 방치한 정황이 뚜렷했다. 아이가 사망한 채 발견된 건 1년 전인 지난해 3월. 체중이 또래의 절반도 안 됐고 뼈만 앙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은 학대 흔적을 찾지 못해 아동복지법 위반(유기·방임) 혐의만 적용해 친모를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했고, 경찰은 기지국 위치 등을 통해 친모가 밤마다 아이를 집에 두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나간 사실 등을 확인한 뒤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추가했다.

"임부 지원 통합 시스템 마련 급선무"

비극을 막기 위한 해법으로는 '출생통보제'가 거론된다. 부모가 아니라 의료기관 등이 지자체에 출생 사실을 의무 통보하도록 하는 제도다. 출생통보제는 여러 차례 입법 시도가 있었지만, 시행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의료기관의 행정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신원 노출을 꺼리는 산모의 병원 밖 출산을 부추길 거란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익명 출산을 보장하면서 입양 절차를 국가가 지원하는 '보호출산제' 도입 주장도 나왔다. 최근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를 병행하자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에 앞서 시급한 과제는 임부 지원책 강화라고 입을 모은다. 임부를 대상으로 한 상담 등 지원 체계를 촘촘히 갖춰 자연스럽게 출생 신고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출산 준비 단계부터 경제적 지원책 등을 상세히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 미혼모 지원 단체인 사단법인 예람의 강혜진 대표도 "청소년들이 출생 신고를 안 하거나 유기하는 건 생계가 어렵고 아이 키우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라며 "안전한 출산까지 통합 지원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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