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탄두 증강' 우려 속... 중·러 '원자력 협력'도 확대

입력
2023.03.23 17:00
중러, '고속증식로 개발 지속 위한 계약' 서명
미국, 중국 핵탄두 증강 움직임 잔뜩 경계 중

중국과 러시아가 핵연료 생산 시설인 고속증식로 개발 협력을 확대·강화하기 위한 계약에 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국은 핵물질의 '평화적 이용'이 목적이라고 했지만, 미국은 "중국의 핵탄두 증강에 전용될 것"이라며 잔뜩 긴장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영국 원전 전문 매체인 월드뉴클리어뉴스에 따르면, 중국 원자력청(CAEA)과 러시아 국영 원전 기업인 로사톰은 전날 '고속증식로 개발을 지속하기 위한 장기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해당 계약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끝난 뒤 체결됐다.

중러 "핵에너지 평화적 이용"... 구체적 합의 내용은 비공개

푸틴 대통령은 이번 계약에 대해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중러 간) 상호 협력이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원자력 에너지 분야에서의 양국 간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로사톰 측은 "고속증식로 등 핵연료 생산·처리와 관련된 협력 수준을 지금보다 더 확대하는 '포괄적' 내용을 담고 있다"고만 설명했을 뿐,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다.

고속증식로는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섞은 혼합연료를 사용해 핵분열을 유도함으로써 핵에너지를 생산하는 시설이다. 방사성폐기물의 양을 줄이는 장점이 있어 많은 선진국이 활용하고 있으나, 중국의 핵무기 증강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게 미국의 주장이다.

미 국방부는 '2022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중국이 이미 핵탄두를 400기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민해방군 현대화 목표 시점인 2035년에는 1,500기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의 핵탄두 보유량(5,500기)엔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중국과 러시아(6,000기)의 핵탄두를 합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보유 규모에선 미국을 완전히 압도하게 된다는 얘기다.

미국 "군사 전용 의도 없다는 점 입증하라"

이런 사정 탓에 미국으로선 중러 간 원자력 협력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존 풀럼 미 국방부 우주담당 차관은 지난 9일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러시아 로사톰이 중국의 고속증식로에 들어갈 핵연료를 공급하고 있다"며 "(중국이) 더 많은 플루토늄을 갖는다는 건 더 많은 (핵)무기를 갖는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중러 간 원자력 협력이 민수용을 넘어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의심이다. 리처드 존슨 미 국방부 핵·대량살상무기(WMD) 대응정책 담당 부차관보도 지난해 말 한 세미나에서 중국 내 고속증식로 건설을 지목하며 "군사 목적으로 전용할 의도가 없다는 점을 입증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중국 핵공업집단공사(CNCC)는 중국 남동부 푸젠성에 중국의 첫 고속증식로인 CFR-600 2기를 짓고 있다. 로사톰은 지난해 12월 중국의 'CFR-600'에 고농축 우라늄 25톤을 공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 전기전자공학회(IEEE)가 발간하는 스펙트럼지는 최근 "중국이 이 고속증식로에서 올해부터 핵무기 100기를 만들 수 있는 규모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