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22일(현지시간)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쿠릴 열도에 미사일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다음 날 이뤄진 결정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국방부 회의에서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군사력을 크게 늘렸다"며 "러시아는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핵심 군사 동맹인 일본과 인접한 쿠릴 열도에 미사일을 배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는 미국을 명분 삼았지만 시점이 다소 미묘하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날이었다. 러시아가 일본의 움직임을 견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쇼이구 장관은 "바스티온 해안 방어 미사일 시스템 사단을 쿠릴 열도의 파라무시르섬에 배치했다"며 "이를 통해 쿠릴 열도 주변에서 러시아 안보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쇼이구 장관은 극동 지역을 관할하는 동부군관구가 지난 1년간 수호이(SU)-57 전투기와 대공 미사일 시스템을 비롯해 400개의 현대적 군사 장비를 확충했다면서 "동부군관구의 군사력이 크게 증강됐다"고 밝혔다. 이 밖에 모스크바 방공 시스템의 현대화 역시 연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 우주항공군 발전 방향의 우선순위 중 하나는 첨단 방공 및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