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케이크 한 조각 드실래요?"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게 당연한 시대, 이웃이 뜬금없이 찾아와 케이크를 나눠 먹자고 한다면? 경계심이 들 수도, 조금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네, 들어오세요"와 같은 환대가 이어진다면? 낯선 이웃을 향한 아주 조금의 용기는 편견의 장벽을 허무는 데까지 나아갈 수도 있다.
신간 '이웃집 방문 프로젝트'에는 이웃과 케이크를 나눠 먹은 한 독일 워킹맘 슈테파니 크비터러의 기록이 담겼다. 크비터러는 아기 엄마인 자신이 혐오의 대상이 됐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게다가 남편을 따라 지방 도시에서 베를린으로 온지라 외로움은 더 커져 갔다. 그런 그녀가 대뜸 남편에게 건넨 말은 이랬다. "(옆집에) 케이크랑 커피를 갖고 가면 집에 들어오라 하지 않을까? 케이크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이웃집 방문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됐다. 티타임이 성사되니 집이란 사적 공간이 주는 편안함 덕분에 술술 대화가 이어졌다. "매일 같은 시간에 만나는 사람들이 각각 다른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그날은 그 사람이 주인공이다. 주인공과 함께 주요 장면에 출연하는 일이 즐겁다"는 저자의 말엔 사람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그렇게 편견의 벽은 허물어지고 따뜻한 공동체 의식이 자라났다.
저자는 200개의 케이크를 구웠고, 200명의 이웃과 알게 됐다. 초인종을 누른 횟수는 2,893번, 그중 들어가 본 집은 130가구. 물론 거절하는 이웃도 많았다. 하지만 이후 마주치면 인사하는 사이가 됐다.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길을 걸을 때면 트램펄린 위에서 통통 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저자의 말처럼, 한 조각의 케이크가 동네 분위기를 밝게 만들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