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크게 주목받지 않은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최경환 전 새누리당 의원이 본인 사무실에서 일했던 인턴 직원을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에 채용하도록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사건이다. 대법원은 검찰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기존 판례를 따른 예상된 결과였다. 최 전 의원은 기소 6년 만에 혐의를 완전히 벗었다.
□ 검찰이 최 전 의원에게 적용한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직권남용죄)와 강요죄였다. 원심 재판부는 “자신의 지위와 신분을 활용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있지만, 국회의원으로서의 직무 권한에 속하지 않는다”고 직권남용죄 무죄 이유를 밝혔다. 채용 외압이 국회의원 직무가 아니니 남용할 직권도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이 법리 해석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강요 혐의 역시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으니 죄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 2016년 10월 필자가 쓴 관련 칼럼은 ‘거역하기 힘든 말, 그냥 해!’였다. 그해 1월 불구속 기소된 박철규 전 중진공 이사장이 법정에서 정권 실세이던 최 전 의원의 채용 외압을 폭로한 뒤였다. 점수가 너무 나빠 채용이 힘들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최 전 의원이 “그냥 해”라고 말했다는 게 폭로의 골자였다. 칼럼에서 이 말을 거역하기 쉬웠겠느냐고 썼다. 이듬해 5월 박 전 이사장은 법원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 ’시킨 사람 무죄, 따른 사람 유죄’의 허망한 결론은 법의 구멍이 초래한 측면이 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에게 실소유주 의혹을 받던 회사 다스의 소송 관련 업무를 지시한 혐의도,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세월호 7시간’ 명예훼손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도 법원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런 행위가 대통령과 판사의 직무 범위가 아니어서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국민 법 감정으로는 납득하기 쉽지 않다. 본인 직무를 남용하는 것보다 자신의 높은 지위를 이용해 없는 권한까지 강요하는 게 더 나쁘지 않은가. 그래서 ‘지위남용죄’를 신설하자는 요구가 많았지만, 국회의원들은 먼 산만 쳐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