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차이나 리스크’ 줄었으나, 경각심 늦추면 안 된다

입력
2023.03.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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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미국 상무부가 공개한 반도체법 지원금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 세부 규정에 한국 업계가 한숨 돌리게 됐다. 미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상 투자 보조금을 받으면 중국 내 공장의 질적·양적 생산능력 향상이 원천봉쇄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기술 개발을 통한 웨이퍼당 생산 규모 확장은 허용했다. 또 생산설비 확장도 5% 이내에서는 가능해졌다.

미 반도체법은 중국이 간접적인 혜택을 입는 것을 막기 위해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10년간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실질적으로 확장’하는 ‘중대한 거래’를 할 경우 보조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했다. 다행히 ‘실질적 확장’에 양적인 생산설비만 포함됐고, 기술적 업그레이드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이번 조치로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기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은 계속 열려 최악의 ‘차이나 리스크’는 피했다. 하지만 당장 급한 불을 껐다고 해도, 미·중 긴장 속에서 경제적 불이익을 줄이기 위한 과제는 첩첩산중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의 반도체 기술 확보를 막고자 미 기업의 대중(對中)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했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해선 1년 동안 장비를 수입하도록 허용했다. 1년간의 유예조치일 뿐이다. 미국 반도체법 담당 주요 실무진이 오늘 방한하는데, 정부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얻어낼 수 있는 최대한을 얻어내야 한다.

근본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공급망 다변화가 절실하다. 일본과 네덜란드도 미국과 협력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중국 내 생산량을 줄이고 제약이 덜한 지역으로 분산 이전을 모색해야만 한다. 마침 22일 국내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내용의 반도체특별법(K칩스법)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30일 본회의 통과가 유력한데, 특혜 논란을 뒤로한 결단인 만큼 실질적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