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 첫해인 2020년 한국인은 276억 개의 비닐봉투를 사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배달 증가로 플라스틱 폐기물 양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크게 증가했다.
그린피스와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를 발간했다. 환경부의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 자료를 분석해 코로나19 전후의 국내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현황을 처음으로 분석한 연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발생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총 1,193만2,000톤으로 2017년(793만1,000톤)에 비해 49.5%나 증가했다. 특히 식음료 플라스틱 포장재 등을 포함한 생활계 플라스틱폐기물은 468만2,000톤으로 2010년보다 2.6배 늘어났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간편식과 배달음식, 온라인 쇼핑 등 비대면 소비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배달음식 포장재를 포함한 '기타 폐합성수지류' 폐기물 발생량은 2019년 하루 평균 715톤이었지만 2021년에는 1,292톤으로 80.6%나 늘었다.
자주 쓰이는 일회용 플라스틱의 2020년 연간 소비량을 분석한 결과 1년간 사용되고 버려진 생수 페트병은 약 56억 개였다. 병당 지름을 10㎝로 가정해 세우면 지구를 14바퀴 돌 수 있는 양이다. 버려진 비닐봉투는 276억 개로, 20L 종량제 봉투라 가정할 경우 서울시를 13번 이상 덮을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테이크아웃용 일회용 컵은 53억 개, 플라스틱 배달용기는 173억 개가 폐기됐다. 무게로 따지면 87만3,833톤으로 전체 생활계 플라스틱 폐기물의 20%를 차지한다.
많은 양의 플라스틱이 버려지고 있지만 재활용되는 것은 일부다. 2021년 국내 플라스틱의 물질재활용률은 약 27%였다. 이는 건설·사업장에서 배출된 것까지 포함한 수치로, 생활계 플라스틱만 따지면 물질 재활용률은 16.4%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플라스틱이 소각되고 있는 것인데, 2020년 국내에서 소각 처리된 플라스틱 약 260만 톤에서 나온 온실가스는 약 520만 톤CO2eq(이산화탄소환산톤)으로 추정된다. 500메가와트(MW)급 석탄화력발전소가 연간 배출하는 온실가스량의 2.6배에 달한다.
이 같은 속도로 플라스틱 소비가 늘어날 경우 2030년 생활 폐기물 중 플라스틱 발생량은 2010년의 3.6배인 약 647만5,000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 교수는 "한국은 유럽연합이나 캐나다 등과 달리 일회용 플라스틱만을 겨냥한 구체적인 감축 전략이나 규제가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 생산 및 사용을 제한하거나 소비를 억제하는 등 보다 강화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