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예능이 같은 포맷으로 시즌10까지 도달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통상적으로 시즌3, 4에 다다르면 신선했던 요소들이 진부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또 제작진의 과욕이 고유의 색채를 변질시키는 경우가 빈번하다. 장수 예능들이 쉽사리 시즌제를 택하지 않는 이유다. 이 가운데 '너목보'의 존재감은 특별하다.
지난 2015년 첫 방송된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이하 '너목보')는 미스터리 싱어들의 사연과 외형, 일부 단서만으로 음치와 실력자를 추리하는 Mnet의 장수 예능프로그램이다. 첫 시즌부터 김종국 이특 유세윤, 세 MC들을 이끌고 왔을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자체의 자부심이 높다. 음악 추리쇼의 굵직한 기둥을 맡고 있는 '너목보'가 걸어온 시간은 무려 8년이다. 10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지금까지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해외에서도 뜨거운 호응을 얻은 '너목보' 포맷은 콜롬비아 조지아 이스라엘까지 3개 국가에 추가 판매되며 총 27개국에 수출하는 성과를 얻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리메이크가 많이 된 프로그램으로 1위로 뽑힐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너목보'가 이룬 성과는 대단하다. K-영화와 드라마들이 각종 해외 유수의 시상식에서 성과를 거둘 때 예능에 대한 아쉬움이 컸던 터다.
'너목보'는 폭발적인 화제성을 거머쥐진 않았지만 조용히 입지를 확장시키면서 전 세계에 한국 예능의 매력을 알리고 있다. K-예능의 저력을 입증하는 비결은 새로운 시선이다. 단순히 노래 실력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다른 시각으로 싱어를 바라본다. 해외에는 없는 독특한 포맷이 '너목보' 시리즈를 더욱 사랑받게 했다.
그간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던 국내 예능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독창적인 포맷과 노하우다. 최근의 '피지컬: 100' '솔로지옥' 등이 대표적인 예시다. 이들 모두 단순한 소재를 다양한 환경에 배치하면서 시청자들이 매료될 만한 무기를 내세웠다. '피지컬:100'이 몸이라는 원초적인 도구를 선택했다면 '너목보'는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사로잡을 수 있는 공감각적 소재를 활용했다.
매 시즌을 거듭하면서 '너목보'가 늘 같은 결만 유지한 것은 아니다. 쌓이는 노하우 속에서 변수를 두고 꾸준히 신선함을 꾀했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포텐싱어'를 등장시키면서 이전과는 다른 무기를 내세운다. 가족, 친구 등 누구와도 즐길 수 있는 편안함 속에서 재미까지 잡겠다는 제작진의 야심을 엿볼 수 있다.
다른 음악 예능이 웃음보다는 공연에 포커싱을 맞춘 것과 달리 '너목보'는 예능적 색채까지 고수하면서 인기를 유지했다. 많은 실력자 혹은 음치들이 시청자들을 만나기까진 제작진의 쉽지 않은 노고가 있었다. 직업과 연령대를 불문한 실력자들은 '너목보'를 통해 제2의 황치열이 되길 희망한다. 추리와 음악을 결합한 신선함은 이제 재미와 착한 맛을 추가적으로 곁들이며 꾸준히 발전 중이다. 이에 '너목보'가 다다를 마지막 목적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