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개신교 연합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이끄는 이홍정 총무가 사퇴 의사를 밝혔다. NCCK에 가입한 주요 교단 가운데 하나인 기독교대한감리회 내부에서 NCCK가 차별금지법 입법에 찬성하고 동성애를 옹호하니 이를 탈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이 총무가 감리회의 탈퇴를 막으려고 선제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개신교계 주류·보수적 교회들을 중심으로 차별금지법·동성애를 비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가운데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교단들이 모인 연합단체조차 입지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21일 NCCK에 따르면 이 총무는 지난 16일 감리회 교단의 감독들에게 NCCK를 탈퇴하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전달했다. 이 총무는 탄원서에서 “차별금지법과 동성애 문제로 인해 NCCK 회원 안에 야기된 극심한 갈등과 감리회의 세계교회협의회(WCC)-NCCK 탈퇴 논의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진다”며 다음 달 4월 20일 열리는 NCCK 실행위원회를 마지막으로 총무직을 사임할 뜻을 밝혔다. 이 총무는 또 “본인은 교회협(NCCK)을 향한 원색적이고 왜곡된 비난을 교정하는 일에도, 공론의 장을 만들어 합리적으로 소통하는 일에도 책임적이지 못했다”면서 “NCCK 총무직 사임을 통해 용서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감리회에서는 보수적인 단체들을 중심으로 지난해 10월 열린 총회부터 NCCK 탈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강하게 표출됐다. 하지만 NCCK는 성소수자 관련 조항이 포함된 법안이 구체적으로 만들어지기 이전에 원론적인 차원에서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밝혔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NCCK 관계자는 “감리회 감독들이 ‘NCCK를 탈퇴할 것이 아니라 대화부터 해야 한다’고 해도 통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일부 집단의 목소리가 커졌다”면서 “과거에는 NCCK가 ‘종북’이라는 비난을 받았는데 최근에는 동성애로 비난의 이슈가 옮겨갔다”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