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군복무는 한국 젊은 남성들의 큰 고민이다. 그런데 원하는 시기에 입대할 수 없다면? 고민은 더 커지고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국방 의무를 다하는 것은 좋지만, 그로 인해 대학 학기를 맞추지 못해 휴학이 길어진다면 개인적으로 손해이기 때문이다.
대학 재학 중에 군대에 가려는 입영대상자 대다수는 복학에 유리한 시기를 선호한다. 반대로 복학에 불리하거나 혹한기·혹서기와 겹치면 아무래도 꺼리기 마련이다. 이로 인해 병역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군 당국의 '수요'와 실제 입영을 앞둔 남성들의 '공급'이 어긋나는 경우가 잦다. 그렇다고 모든 입영 대상자가 원하는 시기에 입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같은 '불일치'와 고질적인 '불균형'을 줄이기 위해 병무청이 나섰다. 해법으로 내세운 건 '특기병'이다. 육해공군과 해병대에서 187개의 특기 분야를 모집하는데, 통상 모집 공고 이후 서너 달이면 입대할 수 있다. 특기병으로 군복무를 선택하면 무턱대고 입영하는 것과 비교해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군대에 갈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특기병 선발이 까다로우면 그림의 떡이다. 이에 병무청은 전공자 또는 자격·면허 소지자를 대상으로 자격을 부여했던 특기병 지원 조건에 ‘관심’과 ‘취미’가 있다면 문호를 개방하기로 문턱을 낮췄다.
대표적으로 육군은 올해 3월 이후 입대하는 조리병 지원 자격을 모든 현역병 입영 대상자로 확대했다. 병무청은 21일 “선발 기준 개선으로 올해 1~3월 3개월간 조리병 지원자 1,553명 중 65.9%인 1,024명이 적성을 살려 복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고 밝혔다. 조리병 3명 중 2명은 자격증도 없고, 전공도 아니지만 요리에 대한 관심만으로 선발된 것이다.
병무청은 지난해 5월 입영 접수자부터 방공·포병 병과 6개 특기병 자격기준도 완화했다고 덧붙였다. 모집병 지원에 반복해 탈락하는 입영 대상자를 위해서도 병무청은 지원자의 적성 등을 고려해 경쟁률이 낮은 군사특기를 추천하는 등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병무청은 특기병 지원 외에도 군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입영 대상자들이 원하는 시기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국방부 및 각군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으로 입대 선호 시기인 상반기의 입대 경쟁률이 3.3대 1로 치솟자, 병무청은 올해 상반기 입영계획 인원 비율을 53.7%로 전년 대비 2.6%포인트 늘렸다. 병무청은 “입영 대상자의 희망시기 입영은 윤석열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는 국정과제”라며 “병무청과 유관기관은 ‘입영 대기시간 제로화’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붙여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