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ㄷㅇㅌㅁ 팔아요. 한 알에 7,000원입니다.”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나비약’을 검색하자 “직거래 가능” 문구와 함께 수십 개의 게시 글이 쏟아졌다. 약을 사고 싶다는 문의엔 순식간에 “메시지를 달라”는 댓글이 달렸다. ‘ㄷㅇㅌㅁ’은 식욕억제제 디에타민의 초성을 딴 말. 비만 환자에게 체중 감량의 보조 요법으로 단기간 처방되는 의약품인데, 모양이 나비처럼 생겨 속칭 나비약으로 불린다.
다만 중독성과 환각, 환청과 같은 부작용 우려가 커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지정돼 있다. 마약류로 취급받는다는 얘기다. 요즘 이 약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성행하는 불법 매매는 구매 목적이 꼭 다이어트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보건당국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나비약은 의사 처방이 있어야 살 수 있다. 또 만 16세 이하 청소년에게 처방해선 안 된다. 그러나 온라인에선 처방전 없는 거래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불법 유통의 통로는 다른 마약처럼 젊은이들의 접근이 쉬운 트위터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 SNS다. 병원 처방 시 알약 1정당 약 1,000원이지만, 웃돈이 얹어져 4,000~8,000원에 매매가 이뤄진다고 한다.
이미 나비약 불법 거래는 경찰 수사망에 포착된 지 오래다. 전날 서울 노원경찰서는 나비약 판매자 15명과 구매자 1명 등 16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판매자들은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 중 남은 물량을 되팔았는데, 10대도 3명 포함돼 있었다. 지난해 6월에도 경남지역에서 나비약을 몰래 매매한 10, 20대 59명이 무더기 검거됐다. 필로폰 등 흔히 알려진 마약류만큼은 아니지만 나비약이 대체 마약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충분한 셈이다.
청년세대가 나비약 구매에 골몰하는 1차적 이유는 ‘체중 감량’이다. 문제는 반복 투약이다. 환각 효과를 보기 위해 중독에 빠질 위험이 크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지난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2021년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 현황’에 따르면, 의료기관 한 곳에서 18번에 걸쳐 무려 9,072정을 처방받은 환자가 있었다. 또 다른 환자는 의료기관 16곳에서 8,021정을 106번 처방받았다. 지난달 28일엔 제주 서귀포시 도로에서 차량 6대를 들이받은 20대 여성이 어머니가 처방받은 나비약을 몰래 복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여성은 당시 경찰에 “전시 상황이라 차량을 대피시키려고 했다”고 횡설수설하는 등 중독 증세를 보였다. 식약처가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 안전사용 기준에 근거해 1일 투여량을 최대 3알로 제한하고, 총 처방 기간도 3개월을 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으나 현장에선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마약류 식욕억제제의 중독성과 불법 유통 실태가 확인된 만큼 법적ㆍ제도적 감시 체계를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환자의 처방 패턴에서 중독 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경찰도 관련 기관과 협력해 불법 거래를 명백한 마약 범죄로 보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약처도 최근 들어 부쩍 단호하게 대처하고 있다. 안전사용 기준 위반이 적발되면 경고하던 것을 넘어 이달 9일엔 △3개월을 초과하거나 △2종 이상을 병용하고 △청소년ㆍ어린이에게 처방ㆍ투약하는 등 규정을 어긴 의사 114명에게 처방ㆍ투약 행위 금지 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