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의 회고록이 정치권으로부터 넷플릭스 드라마인 ‘더 글로리’의 소환을 재촉했다. 아울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누구 때문이냐는 공방도 따라왔다. 드라마 속 학교폭력 가해자 박연진이 누구냐는 논쟁까지 벌어졌다. 야권에선 이 전 부장을 학교폭력 가해자 박연진에 빗대며 “가해자가 2차 가해까지 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여권에선 권양숙 여사까지 거론하며 뇌물이 전달된 것은 사실이지 않냐며 맞섰다.
유시민 전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19일 노무현재단 공식 유튜브 실시간 방송에서 이 전 부장이 17일 발간한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에 대해 “책 제목을 반대로 해석하면 ‘나는 노무현을 안 죽였다’는 것”이라며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비롯한 진보 언론과 문재인 변호사가 죽게 했다. 이런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이사장은 더 글로리 대사 비유도 들었다. 그는 “이 전 부장의 회고록 내용은 박연진이 ‘걔 맞을만 해서 맞은 거야. 내가 죽인 게 아니고 평소에 걔랑 친하게 지낸 애들이 등 돌리고, 걔를 도와줘야 할 엄마가 모른 척하고. 그래서 걔가 죽은 거야’ 이렇게 말한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이 전 부장이 정치적 욕심 때문에 쓴 책이라고도 평가절하했다. 그는 “형식은 회고록이지만, 내용은 정치 팸플릿”이라며 “비평을 해야 할 정도로 가치가 있는 책은 아니다”며 이 전 부장이 책을 낸 이유에 대해서도 “검사 왕국이 되지 않았냐. 지금이라도 자신이 동참할 때라고 생각한 것”이라고했다.
유 전 이사장 발언이 화제가 되자,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은 21일 페이스북에 “굳이 비유한다면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진이다”고 받아쳤다.
김 전 실장은 “이인규 회고록은 학폭의 문제가 아니고 사실(fact)의 문제”라며 “노무현재단도 스스로 인정했듯이 2억짜리 시계가 권양숙 여사에게 전달되었고 100만 달러가 아들 미국집 구매용으로 제공된 건 엄연한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명찰이 드러났음에도 끝까지 사과하지 않는 박연진, 당시 시계와 달러가 수수되었다는 엄연한 사실이 확인되어도 지금까지 한 번도 사과하지 않고 민주진영의 대모 노릇하는 권 여사가 오히려 박연진이다”고 강조했다.
또 “국방부 대변인 회고록이 나오자 천공의혹 국정조사를 주장하던 민주당이 이인규회고록에 대한 국정조사는 한마디도 못꺼낼 것”이라며 “사실이기 때문에 유가족이나 노무현재단이 고소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은 17일 입장문을 내고 이 전 부장의 회고록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노 전 대통령과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 공작을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단 측은 회고록에 언급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시계 선물 및 140만 달러 뇌물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의 특수활동비 횡령에 대해선 "노 전 대통령은 위 사실들을 재임 중에 전혀 몰랐으며 일체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은 생전 고 박연차 회장을 통한 뇌물수수나 특수활동비 횡령 의혹에 일체 관여한 적 없고, 재임 중 전혀 몰랐던 일”이라며 “사실관계에 대한 이인규씨의 다른 주장들은 대답할 가치조차 없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재단은 이 전 부장에 대한 법적 대응은 하지 않기로 했다. 유 전 이사장은 재단이 이 전 부장을 ‘사자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는 일각의 보도에 대해서는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유 전 이사장은 “형사법으로 하게 되면 윤석열 한동훈 검찰에 이것을 갖다줘야 한다”며 “법무장관, 대통령부터 이인규씨와 비슷한 분들이 싹 다 있는 검찰에 뭐하러 갖다주겠나”라고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