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인권보고서 “MBC 전용기 배제는 괴롭힘”… 여 “정무적으로 필요했다“

입력
2023.03.21 10:50
미국 국무부 '2022년 국가별 인권보고서' 공개

미국 국무부가 지난해 ‘비속어 논란’으로 정부가 MBC를 고발한 것 등과 관련, 표현의 자유가 제한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미 국무부는 20일(현지시간) 공개한 ‘2022 국가별 인권보고서’ 한국 편에서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 보도 관련 대응을 표현의 자유에 대한 ‘폭력과 괴롭힘’(Violence and Harassment) 사례로 꼽았다.

지난해 9월 윤 대통령의 미국 뉴욕 방문 당시 불거진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보고서는 “윤 대통령이 외국 입법기관을 비판하는 영상을 MBC가 공개한 뒤, 윤 대통령이 동맹을 훼손해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적시했다. 또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MBC를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것도 언급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10일 대통령실은 성명을 내고 ‘외교정책 문제에 대한 반복적인 왜곡·편파 보도’를 이유로 MBC의 대통령 해외 순방 전용기 탑승을 금지했다”며 “8개 언론 단체가 이를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도전’으로 규탄했다”고 지적했다.

미 국무부가 MBC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인권 침해로 규정한 데 대해 여당 인사는 “정무적으로 필요했다”는 의견을 내놨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저는 정무적으로는 MBC를 경고하는 게 필요했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처럼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나라에서는 지적할 수 있다”며 “우리가 꼭 그렇다고 항상 숭미해야 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전용기 탑승 배제는 과도한 조치였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하 의원은 “일반적인 원칙을 제시하고 어디를 배제할 것인지 이야기를 해야지, 특정업체들을 미워하는 그런 감정표출 식의 배제는 곤란하다고 당시에도 제가 이 방송에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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