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에 나무가 자란다. 일렁이는 물결을 도화지 삼아 그린 수묵화 속에서 무럭무럭 자란다. 그런데, 길게 뻗어 나가다 어딘가 일그러지고 마는 나무. 물에 비친 반영의 세계는 본질과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르다. 내가 나무라면 수면 위 일그러진 모습에 슬퍼해야 할까, 또 하나의 삶이 덤으로 생겼음에 환호해야 할까. 20일 서울 여의도 샛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