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간 한일 정상회담에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규제 철폐 논의가 이뤄졌는지 여부와 관련해 "정상 간에 나눈 대화는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20일 밝혔다. 다만 한일 정상회담에서 독도와 위안부 문제 등이 논의됐다는 일본 측 보도에 대해선 일본 외교당국에 유감을 표했다. 윤 대통령의 방일 결과를 두고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이 적지 않은 가운데 국내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안들에 대한 일본 측 보도가 잇따르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일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으로 두 정상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 산케이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정상회담 당시 윤 대통령에게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과 후쿠시마 수산물 등에 대한 (한국의) 수입 규제 철폐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의 반응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 정관계 인사들이 지난 17일 윤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수산물 수입 관련한 얘기를 꺼낸 사실은 인정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국민의 안전과 건강이 우선된다'는 취지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특히 이 관계자는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과 관련해선 "정부 입장은 명확하다"며 "우리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일이 있다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과학적으로 안전성이 증명돼야 하고 정서적으로 우리 국민이 안전하다고 느껴야 한다"며 "그래야만 그 조치(수입 규제 철폐)를 시행할 수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대통령실은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및 독도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 언론이) 근거도 없이 일단 내질러 놓고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슬그머니 빠지는데, 여러 차례 독도와 위안부 문제는 논의된 적이 없다고 말씀드렸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박진 외교부 장관의 발언과는 다소 뉘앙스의 차이가 있다. 박 장관은 18일 KBS에서 독도와 위안부 문제 논의 여부에 대해 "정상회담의 의제가 아니었다"고 답했을 뿐, 의제로 논의되지는 않았지만 기시다 총리가 관련 언급을 꺼냈을 가능성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이 관계자는 "전혀 근거가 없거나 왜곡된 보도가 일본 측에서 나오는 것과 관련해 외교당국이 (일본 측에) 유감을 표시하고 재발 방지를 당부한 것으로 안다"며 "도가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외교 채널을 통해 적절하게 입장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방일을 '외교 성과'로 홍보하고 있는 대통령실이 국내 여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본 측 언론플레이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일본 교도통신은 16일 한일 정상회담 직후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요청했다"고 보도했고, NHK도 같은 날 "기시다 총리가 회담에서 위안부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윤 대통령에게 요구했으며 독도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