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운 섬' 풍도의 야생화

입력
2023.03.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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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함대를 대파한 일본군이 승리를 자축하는 의미에서 ‘풍요로울 풍(豊)’으로 불렀다고 전하며, 지금은 수산물이 풍요로운 섬 풍도로 불리고 있다. 인구가 100여 명의 작은 섬이지만 3월이면 여객선 표를 구할 수 없을 정도로 방문객이 늘어나는데,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야생화를 보기 위해서다. 지난 주말 어렵게 구한 배표를 들고 무작정 섬으로 향했다. 섬에 도착, 가파른 산길을 따라 올랐다. 처음 눈에 들어온 야생화는 노란색 봄꽃인 복수초. 다른 곳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풍도에서는 군락을 이루며 피어 있어 친근감이 느껴졌다. 옆에는 연한 붉은색이 앙증맞은 노루귀가 널렸다. 줄기는 보송보송한 아기의 솜털을 닮아 더욱 사랑스럽다.



풍도 야생화의 으뜸은 풍도바람꽃과 풍도대극이다. 풍도바람꽃은 오직 풍도에서만 자생하는 꽃으로 하얀색 꽃잎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를 보는 듯하다. 풍도대극은 섬 뒤쪽 절벽에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처음 필 때는 진한 자주색, 완전히 피고 나면 녹색이 꽃과 잎 구분 없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 꽃의 제왕을 방불케 한다. 꽃받침이 꿩의 목덜미를 닮은 꿩의바람꽃, 자주색 빛이 영롱한 현호색 등 다양한 야생화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꽃 사진을 찍을 때 한 가지 당부사항이 있다. 꽃을 찍기 위해 낙엽을 치우는 경우가 있는데, 아직 가시지 않은 추위에 꽃이 얼어 죽을 수 있다. 풍도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조금이나마 오래, 많은 사람이 공유하기 위해서는 사진을 찍고 꼭 낙엽을 모아 덮어주는 수고를 잊지 말아야겠다.


왕태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