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의 탄소중립 목표 시점을 현행 2045년에서 2030년으로 조정하려는 계획에 동의하십니까?'
독일 베를린에서 26일(현지시간) 이에 대한 의견을 묻는 주민투표가 실시된다. 연방정부의 목표 시점은 2045년인데, 베를린이라도 15년 앞당기자는 취지다.
주민투표는 직접민주주의 구현을 위해 독일 헌법이 보장하는 제도다. 국민, 단체가 발의한 법안이나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특정 조치에 대해 찬반 의견을 물어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 기후 위기 관련 법안이 주민투표에 부쳐지는 건 처음이다. 기후·환경 관련 이슈가 그만큼 중시된다는 뜻이다.
베를린의 거리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초록색 포스터가 있다(아래 그림 참조). '베를린 탄소중립 2030 주민투표'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데, '기후 보호 및 에너지 전환법' 개정을 위해 투표에 참여하라고 독려하는 내용이다. 투표를 주도한 건 '기후 새로운 시작 이니셔티브'(이하 이니셔티브)다.
투표는 이니셔티브가 마련한 개정안에 대해 '예' 또는 '아니오'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개정안에는 △탄소중립 달성 시점을 2045년에서 2030년으로 조정하고 △이를 '목표'가 아닌 '의무'로 바꾼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모든 온실가스를 감축 대상에 포함하고 △탄소중립을 위해 수반되는 비용은 사회적으로 보상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독일 시민권을 갖고 있고, 18세 이상이며, 주거지가 베를린에 등록돼 있는 유권자 243만여 명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이 중 61만3,000명이 찬성하면 베를린 상원은 관련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이니셔티브는 2021년에 1차 서명(약 2만 명), 지난해 2차 서명(약 26만 명)을 각각 받은 끝에 주민투표를 성사시켰다. 투표는 26일 베를린 전역에 설치되는 2,208개의 투표소에서 실시된다.
이니셔티브는 기후 목표 상향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등 유럽의 100개 주요 도시가 탄소중립 달성 시점을 2030년으로 설정한 점에 자극받아야 하며 △베를린의 경제 구조가 철강산업 등 에너지 집약적 산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므로 실현 가능한 목표라는 논리를 편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7년 내 탄소중립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것이다. 기후 보호에 적극적인 녹색당에서도 "탄소중립을 앞당기는 모든 일을 하고 싶지만 이행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것을 법적으로 약속할 수는 없다"(베티나 야라슈 환경 담당 상원 의원)는 의견이 나왔다고 독일 언론 타게스샤우는 보도했다. 여론도 양분돼 있다. 독일 언론 베를리너모르겐포스트는 올해 1, 2월 개정안에 대한 생각을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46.3%는 찬성, 42.1%는 반대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