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질환 가운데 급성 골수성 백혈병과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은 항암제에 잘 반응하지 않고 골수이식을 해도 자주 재발해 예후(경과)가 좋지 않았다.
이들 환자에게 부모나 자식의 골수를 이식한 후 동일 가족의 자연살생(NK)세포를 투여하면 병 진행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이규형 서울아산병원 혈액내과 교수와 최인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명예연구원ㆍ조광현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2015∼2018년 4년간 76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다.
연구팀은 2015~2018년 임상 시험 참가자 76명을 모집했다. 참가자는 모두 급성 골수성 백혈병 및 골수형성이상증후군으로 인해 부모 자식 간 골수이식을 받은 반일치 골수이식 환자였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과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은 고령화에 따라 발병 빈도가 급격히 늘고 있지만 백혈병 세포가 항암제에 내성을 보이고 골수이식을 시행하더라도 대부분의 환자에서 치료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NK세포 투여군(40명)과 대조군(36명)으로 무작위 배정했다. NK세포 투여군에게는 골수 공여자로부터 유래한 NK세포 치료제를 골수이식 후 2~3주에 걸쳐 2회 투여했다. 치료에 따른 면역학적 상태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혈중 림프구 수치, 세포 독성 등을 정기적으로 측정했다.
관찰 기간은 2020년 9월까지 30개월로 그 사이 병이 진행된 경우는 투여군이 35%, 비투여군이 61%로 두 집단 간 50%가량 큰 차이를 보였다.
골수이식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면역 회복 정도를 살펴보기 위해 NK세포와 T세포의 개수를 측정했더니, 투여군이 비투여군보다 각각 1.8배, 2.6배 더 많았다.
반일치 골수이식 당시 치료 효과가 매우 낮은 불응성 환자는 57명이었는데, 이 중에서 완전한 차도를 보인 비율이 투여군에서 77%, 비투여군에서 52%로 나타났다.
이규형 교수는 “난치성 혈액 질환에서 NK세포 효력을 임상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그동안 추가적인 치료가 불가능했던 환자들에게 NK세포 치료제가 폭넓게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혈액암 분야 국제 학술지인 ‘백혈병(Leukemia)’ 온라인판에 최근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