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정상회담으로 일본 마음 열었다" vs 야 "소녀상 철거 등 노골화할 것"...엇갈린 평가

입력
2023.03.20 12:00

16일 열렸던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일본인들의 마음을 열었다"며 '성공적'으로 평가한 정부와 여당에 대해 야당에선 "자화자찬만 하고 있다"며 날 선 반응이다. 야당에선 특히 강제징용 문제에서 주도권을 잡은 일본이 앞으로 소녀상 철거 등 위안부 문제에서도 더욱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커다란 성공" vs "국민 자존심 짓뭉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진 (외교부) 장관의 태도나 김태효 (국가안보실) 차장의 태도를 보면 우리가 준비해서 많이 내준 거를 엄청나게 자랑을 하고, 성과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걸 자화자찬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바라지도 않았던 엄청난 선물을 내주면서 역사와 국민 자존심은 다 짓뭉개가면서,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해갈 가능성이 상당히 많아 보여서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박 장관은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기시다 총리가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포괄적으로 계승했다고 한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18일 KBS 인터뷰)고 평가했다. 김 차관은 강제징용 제3자 변제안에 대해 “비공개 협의하면서 우리가 이렇게 결정하려고 한다고 했을 때 일본이 깜짝 놀랐다”며 성과를 강조했다.

이도운 청와대 대변인 역시 “외교라는 게 상대방의 마음을 열고 양자 또는 다자 관계에서 판을 바꾸는 것이라면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외교는 커다란 성공”(19일 브리핑)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박 의원은 “빈손외교를 한 게 맞는데 자화자찬, 아전인수, 이런 식으로 지금 상황을 해석해가고 있으니까 오히려 국민들은 더 화가 많이 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소녀상 철거 등 일본의 공개적 압박 심해질 것

특히 앞으로 일본이 위안부와 독도 문제까지 주도권을 잡으려 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본 언론은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들이 거론됐다고 보도했지만, 정부는 “거론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위안부 문제를 얘기했을 것 같다”며 “이번 정권은 들어설 때부터 '2015 한일합의 정신 준수 혹은 계승'을 공개적으로 얘기했기 때문에 강제동원이라는 현안과 묶어서 실무 협의를 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이 강제동원 문제를 해결했으니 이제는 위안부 문제 즉 2015 한일합의 이행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평화의 소녀상 철거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이 이사장은 “얼마 전 (독일) 카셀대 소녀상을 3·1절 기념사 직후 철거하겠다는 통보가 왔고, 강제동원 해법 발표 직후에 철거됐다”며 “이런 일이 가속화될 것이고 이제 더 노골적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기시다 총리는 독일 총리에게 정상회담에서 (베를린)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고, (주요 20개국 정상회담인) G20에서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만나서 (아르헨티나에 소녀상이 설치되면) 아르헨티나에 재정적 투자하는 거 철회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얘기를 했다”며 “이런 공개적인 압박이 앞으로는 훨씬 더 심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위안부 문제 등의 내용이 일본 언론에 보도된 후 정부의 태도 역시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최종건 연세대 교수(전 외교부 1차관)는 이날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에 있었던 정상회담의 이런저런 내용들을,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간에 왜 일본 언론에 흘리느냐라고 (우리 정부가 일본에) 항의성 메시지를 보내야 되는 것”이라며 “(그런데) 정부는 야당과 언론, 국민들에게 ‘큰 흐름을 읽지 못한다’는 식으로 해버렸다”고 지적했다.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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