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세계확산 막았다"... UBS, 32억 달러에 CS 인수

입력
2023.03.20 07:52
스위스 정부, 1000억 달러 유동성 지원 
UBS "연내 인수 절차 완료되길 기대"

파산 위기를 맞았던 세계적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스위스 최대 은행 UBS의 인수 결정으로 기사회생했다. 스위스 정부가 CS발(發) 글로벌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최대 1,000억 달러의 유동성 지원 제공 방침을 밝히는 등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스위스 정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스위스 연방정부와 금융감독청(FINMA), 국립은행(SNB)의 지원 아래 UBS가 오늘 CS 인수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인수 총액은 32억3,000만 달러(약 4조2,200억 원)로, CS의 모든 주주는 22.48주당 UBS 1주를 받게 된다. 지난 17일 종가 기준 달러 전환 시가 총액은 약 80억 달러(10조4,760억 원)다.

인수를 결정한 UBS는 향후 CS 운영의 큰 그림을 밝혔다. 우선 UBS는 CS의 투자 부문을 축소하되, CS 인력 감축 여부는 천천히 파악키로 결정했다. 통합 법인의 최고경영자(CEO)는 랄프 해머스 현 UBS CEO가 계속해서 맡을 예정이다.

UBS 측은 "협상 당사자 모두가 인수 조건 충족이 가능할 것으로 자신한다"며 "가능하다면 연내에 모든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스위스 정부는 이번 인수 지원을 위해 최대 1,000억 달러의 유동성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정부는 "인수가 완료될 때까지 추가적 유동성 지원을 통해 금융 시장의 안정성을 강화할 것"이라며 "연방 의회 역시 이 같은 조처가 CS와 스위스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는 가장 적절한 해법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카린 켈러 서터 재무장관도 "이번 조처는 구제금융이 아니라 상업적 해법"이라며 "(이번 인수는) 다른 어떤 시나리오보다 국가와 납세자, 세계 금융 안정성에 있어서 위험이 작다"고 말했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재무부는 UBS의 CS 인수 소식에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는 거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준과 재무부는 CS 파산을 막기 위해 스위스 당국과 긴밀히 협조한 바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UBS의 CS 인수로 금융위기가 진정될 기반을 마련했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정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