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저서 출간을 계기로 전국을 돌며 정치활동을 본격 재개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다 철회한 '주 최대 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을 두고 "보수의 경제·안보관이 20~30년은 뒤떨어진 느낌"이라고 직격하며 독자 세력화에 시동을 건 모양새다.
이 전 대표는 19일 경기 성남의 한 카페에서 열린 '이준석의 거부할 수 없는 미래' 독자와의 만남 행사에서 김기현 대표 체제 출범 후 당 지지율이 하락한 원인으로 "국민의힘이 과거 행태로 돌아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김재원 수석 최고위원이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에 수록할 수 없다", "표를 얻기 위한 립서비스" 등의 발언으로 논란이 불거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주관 예배에 참석한 사실을 꼽았다. 이 전 대표는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는 영남당, 호남당, 잠시 있었지만 충청당으로 정치했다"며 "보수정당은 그 구도로 가면 전혀 (내년 총선에서) 이길 방법이 없다"며 김 최고위원의 발언이 국민의힘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욕을 먹어도 또 하는 것은 그렇게 해도 정치를 계속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 사람(김 최고위원)은 바보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전날에도 경기 수원에서 독자들과 만남 행사를 열고 "기성 보수는 자유라는 단어를 쓰기 좋아하는데, 그걸 지키기 어려워한다"며 여권을 비판했다. 그는 이어 "정치인에게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당신의 어젠다가 뭐냐고 물으면 마땅히 없이 그저 더 잘할 것처럼만 말한다"며 "그러면서 정작 이어지는 건 종북과 같은 안보 논쟁"이라고 지적했다.
일주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한 근로시간 개편 등 현안에 대해서도 "대중의 생각보다는 자본가 생각이 많이 반영된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 전 대표는 "2030세대가 원하는 건 양질의 일자리와 워라밸인데, 이 정부 들어 관련 정책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며 "최근 보수진영으로 많이 편입됐던 2030세대 다수가 이탈한 이유는 집권 후의 정책 방향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3·8 전당대회에 도전했던 '천아용인(천하람ㆍ허은아ㆍ김용태ㆍ이기인 후보)'과 함께하는 팀블로그 '고공행진'을 개설하고 플랫폼 정치 실험에도 착수했다. 그는 "천아용인과 저뿐만 아니라 다양한 필진이 참여해 사회 여러 문제를 논의하는 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