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 지역에서 푸들 품종 반려견만 골라 입양한 뒤 살해하기를 반복한 범인에게 징역형이 선고됐습니다. 동물보호법만으로 기소된 사례 중 가장 높은 처벌을 받은 판례라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형사2단독(부장 강동원)은 16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모(42) 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유씨는 판결 직후 법정 구속됐습니다.
유씨는 지난 2020년 10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군산 자택에서 범행을 저질러 왔습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그는 전국 각지에서 푸들 품종 반려견 21마리를 입양 받았습니다. 입양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신분을 공무원이라고 속였습니다. 그러나 검거 당시 그는 군산 지역의 한 공기업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입양 직후 유씨는 학대범으로 돌변해 18마리를 살해하고 3마리를 다치게 했습니다. 학대 내용은 매우 잔혹했습니다. 유씨는 반려견의 입에 샤워기 호스로 다량의 물을 주입하거나 뜨거운 물을 뿌려 화상을 입히는 등의 방식으로 학대를 저질렀습니다. 심지어는 물을 먹이는 과정에서 기절한 개를 깨워 다시 학대를 가해 죽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가혹한 학대로 죽은 반려견의 사체는 그의 거주지 화단에 매장됐습니다.
2021년 12월, 경찰 신고를 통해 범행이 적발된 유씨는 증거인멸도 시도했습니다. 그는 경찰 조사 직후 휴가를 내 사체를 매립한 화단을 파헤치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이에 유씨를 긴급체포하고 현장조사를 실시해, 반려견 사체 4구를 확보했습니다.
유씨는 법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습니다. 다만 그는 법정에서 “아내와의 이혼으로 정신과 약을 복용 중”이라며 심신미약 상태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검찰은 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열린 공판에서 법원에 징역 3년을 구형했습니다. 유씨의 범행이 잔혹하고 반복적이었다는 이유였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유씨의 질병은 우울증, 불면증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이라며 "심신 미약 상태라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오히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잔혹한 범행을 반복적으로 저지른 점을 봤을 때, 사안이 심각하다”며 엄벌의 필요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판결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동물학대 혐의만으로 징역형이 선고됐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동물학대범이 강한 처벌을 받으려면 동물학대 외에도 다른 죄목이 병합돼야 가능했습니다. 지난해 발생해 징역2년6개월을 선고받은 ‘포항 길고양이 연쇄살해사건’의 경우도 동물학대 외에도 부정공기호사용행사, 자동차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를 추가로 받았습니다. 그러나 유씨는 추가 혐의 없이 동물보호법 위반만으로도 징역 1년6개월이라는 중형을 받게 된 겁니다.
유씨를 고발한 군산지역 동물보호단체 ‘군산길고양이돌보미’의 차은영 대표는 동그람이에 “법원이 시민들의 엄벌 탄원을 중대하게 받아들여준 듯하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실제로 재판부는 범인의 엄벌을 요구하는 탄원서가 접수된 점, 사건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도 20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유씨의 처벌을 청원한 점도 양형에 참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중형에도 불구하고 차 대표의 마음은 여전히 편치 않습니다. 그는 "법원이 범인을 엄벌에 처한 것은 맞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강아지들의 사체를 수습할 때 본 처참한 몰골이 아직도 떠오른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유씨가 항소를 통해 형량을 깎으려 할지 모른다며 사건을 계속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