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사업의 명운이 달린 인천국제공항 신규 면세점 입찰에서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심사 대상 사업자 후보로 선정됐다. 선두업체 롯데면세점과 국내 시장 진입을 노렸던 세계 1위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은 사업권을 따내지 못하면서 인천공항에 매장을 열 수 없게 됐다.
인천공항공사는 국내 면세점 4곳과 중국 CDFG가 낸 사업제안서 평가와 입찰 가격 개찰 결과를 합산해 사업권별 복수 사업자를 뽑았다고 17일 밝혔다. 관세청은 이들 사업자를 대상으로 다음 달 특허 심사를 한 뒤 최종 사업자를 인천공항공사에 알릴 예정이다.
평가 결과 사업자 후보로는 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면세점 3개 회사가 이름을 올렸다.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1그룹 △1·2구역(화장품·향수·담배·주류) △3·4구역(패션·액세서리·부티크)에는 신라·신세계면세점이 복수 사업자로 선정됐다. △5구역(럭셔리 부티크)은 신세계·신라면세점과 함께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올라왔다.
신라·신세계면세점은 1·2구역, 3·4구역에 각각 최고 입찰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져 큰 이변이 없다면 해당 구역의 사업을 가져갈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구역 내 중복 낙찰은 불가능하다는 조항에 따라 5구역은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사업권을 따낼 것으로 보인다.
롯데면세점은 사업자 후보에 선정되지 못하면서 사실상 인천공항에서 철수하게 됐다. 롯데면세점은 1·2·5구역에 응찰했는데, 3·4구역에는 제안서를 내지 않고 입찰가도 신라·신세계면세점보다 낮은 수준으로 써내면서 후보에서 떨어진 것으로 관측됐다. 당초 자본력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베팅에 나설 것이라 전망됐던 중국 CDFG도 예상보다 낮은 입찰액 등으로 낙찰에 실패했다.
롯데면세점이 국내에서 시내면세점 사업에만 집중하게 되면서 글로벌 시장의 영향력이 위축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최근 중국 다이궁(보따리상) 중심으로 운영되는 시내면세점 시장이 주춤하면서 면세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낮은 공항 사업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혹스러운 반응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 매출 비중이 전체의 10% 정도라 안정적 운영을 택하면서 적당한 입찰액을 제시했는데 떨어졌다"면서도 "시내면세점과 온라인 매출을 효율적으로 늘리고 있고 해외 사업도 확대 중이기 때문에 만회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