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 높인 OECD, 한국은 또 낮췄다

입력
2023.03.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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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전망... 세계 2.2→2.6%, 한국 1.8→1.6%
내년 반등 폭은 더 커... 올 물가상승률은 3.6%

올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높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 성장률 예상치는 또 낮췄다. 세계와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격차가 1%포인트까지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내년에는 한국이 1%대 저성장을 벗어나며 세계 성장률을 어느 정도 따라잡으리라는 게 OECD 예상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OECD는 17일(현지시간) ‘중간 경제 전망’을 통해 한국 경제가 올해 1.6%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11월 전망 때 수치인 1.8%에서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전망 당시에도 OECD는 2.2%에서 0.4%포인트 내려 잡은 바 있다. 결과적으로 반년 만에 전망치를 0.6%포인트 내린 셈이다.

OECD의 이번 전망치는 한국 정부ㆍ중앙은행의 전망치와 같고, 한국개발연구원(KDIㆍ1.8%)과 국제통화기금(IMFㆍ1.7%)보다 낮다. 아시아개발은행(ADBㆍ1.5%)이나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1.2%)보다는 높다.

한국과 달리 OECD의 올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종전 수치 2.2%에서 2.6%로 상향됐다. 주요 20개국(G20ㆍ2.2%→2.6%)과 유로존(0.5%→0.8%) 모두 전망치가 올라갔다.

그러나 내년까지 범위를 넓히면 한국의 반등 폭이 크다. OECD의 내년 세계 성장률 전망치 2.9%가 종전 수치(2.7%)에서 0.2%포인트 올라간 데 비해 한국은 종전 1.9%에서 2.3%로 0.4%포인트 높아졌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비교해도 한국의 회복세가 더 가파르다. 세계 성장률이 2.6%에서 2.9%로 0.3%포인트 상승할 때 한국은 1.6%에서 2.3%로 0.7%포인트 오를 것으로 OECD는 전망했다. 특히 한국이 2년 연속 1%대 저성장 늪에 빠질 위기를 모면하리라는 게 OECD 관측이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회복은 상당 부분 중국 덕이다. OECD는 미국과 유로존의 성장세가 엇갈릴 것으로 봤다. 올해와 내년, 미국의 경우 통화긴축 여파 탓에 성장세가 둔화(1.5%→0.9%)하는 반면 유로존은 에너지 가격 안정 덕에 완만하게 회복(0.8%→1.5%)하리라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성장률이 높은(5.3%→4.9%) 중국은 반등 시기가 올해다. 호주와 함께 한국을 이런 중국 성장 반등의 수혜국으로 OECD는 지목하며, 빡빡한(tight) 금융 여건에 따른 영향이 상쇄될 것으로 분석했다.

물가상승률은 한국이 올해 3.6%를 거쳐 내년 2.4%로 내려가고, G20의 경우 올 5.9%에서 내년 4.5%로 하향할 것이라고 OECD는 관측했다.

전반적으로 세계 경제의 회복세는 취약한(fragile) 기반 위에 놓여 있다고 OECD는 진단했다. “기업ㆍ소비 심리 개선과 에너지ㆍ식량 가격 하락, 중국의 완전한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등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세계 경제가 올해와 내년에 걸쳐 완만하게 회복하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점진적으로 둔화할 것”이라는 게 OECD의 거시 전망이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신흥국 식량 안보 약화, 공급망 분절 심화 등이 성장ㆍ물가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통화긴축의 여파와 속도ㆍ기간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OECD는 설명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 및 기업 부담 가중,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같은 금융기관 불안, 가파른 주택 가격 하락 등도 위험 요인이라고 OECD는 지적했다.

세종=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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