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뱅이가 된 @

입력
2023.03.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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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좀 알려주실래요?" 언젠가부터 이런 말은 '이메일 주소'를 뜻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이메일 주소를 성립시키는 데 꼭 들어가는 특수기호가 있다. 바로 @이다. 인터넷 사용자 ID와 도메인 사이에 쓰이는 @은 라틴어 'ad'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은 종이가 귀하던 때에 'a' 위에다가 'd'를 겹쳐 쓰며 생겼다는 설이 있다. 영어로는 '앳 마크, 앳(at)' 등으로 부른다.

이 기호의 이름은 언어와 문화권에 따라 여러 가지이다. 말이란 연상작용을 통해 생기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명명법은 '원숭이'이다. 룩셈부르크, 불가리아, 알바니아, 폴란드 등에서 그러하다. 특히 동물의 꼬리에 많이 빗대는데, 네덜란드, 스웨덴에서는 '원숭이의 꼬리'로, 핀란드에서는 '고양이 꼬리'나 '쥐꼬리'로, 노르웨이에서는 '돼지꼬리'로 부른다. 꼬리가 아닌 '코끼리 코'라고 하는 덴마크어의 표현도 재미있다.

다음으로 많이 쓰는 표현은 벨라루스, 프랑스,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등에서 쓰는 '달팽이'이다. 그 밖에 그리스의 '새끼오리'나, 러시아와 아르메니아의 '강아지' 등 작고 귀여운 동물에 빗대는 예가 많다. 또는 '프레첼'로 알려진 과자로 부르거나, 비슷한 모양의 '빵'으로 부르는 언어권이 있다. 한편, '달의 귀'라는 카자흐어, '사자'로 부르는 말레이시아어는 다소 빗대는 규모가 다른 표현이라 흥미롭다.

그러면 한국 사람에게 @은 무엇으로 연상되었을까? 우리는 @을 '골뱅이'라고 부른다. '원뿔형 껍데기를 가진 동물'인 골뱅이의 지역어는 그 수가 어마어마하다. 서식지가 다르면 모양도 크기도 다 다를 터, '개우렝이, 고둘팽이, 고둥, 고디, 골뱅이, 다슬기, 데사리, 밍물소래, 배틀조개, 베틀우렁, 올벵이, 올갱이' 등 대표적인 어형만 해도 수십 종이다. 말 한 마디로 출신지를 드러낼 지경인데, 이름이 저리 다양하다는 것은 곧 어디에서 살았든 골뱅이는 우리가 삶에서 자주 만나던 것이라는 방증이리라.

영국 등지에서 소비되지 못한 골뱅이를 수입한다는 기사를 보면서 골뱅이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선호도를 새삼 생각해 본다. 환경이 바뀐 오늘날 서민 음식이라 하기에는 다소 비싸진 골뱅이지만, 파릇파릇한 미나리, 깻잎과 함께 빨갛게 무쳐 하얀 소면을 곁들인 골뱅이를 한국인의 입맛은 기억한다. 봄날에 새콤달콤한 활력을 주며 보통 사람들과 가까이 살아온 골뱅이, 그래서 골뱅이는 한국어에서 @을 대신한다.

이미향 영남대 글로벌교육학부 교수